"홍콩 시위 장기화에 떠난다" 투자이민 러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최예지 기자
입력 2019-10-05 16: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시위 사태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 '먹구름'

  • BBC "홍콩 부자 사이에서 '투자 이민' 급증"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전격 시행하기로 하면서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이에 홍콩 부자들 사이에서 '투자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홍콩 시위가 일어난 이후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으려는 홍콩 부호들이 급증하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험 차원에서 '투자 이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 이민이란 특정 개인 투자자가 일정 금액 이상을 크게 투자할 경우,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발급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이민컨설턴트 존 후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월 이후 이민 투자 상품의 판매·문의가 4배 가까이 급증했다"면서 "홍콩 시위가 '촉매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위가 폭력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사람들이 보험차원에서 투자 이민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럽 내에서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영주권 발급이 까다롭지 않은 아일랜드, 포르투갈, 몰타 등 유럽연합 국가가 큰 인기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정부가 5일 0시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4일 마스크를 한 홍콩의 시위자들이 벽돌을 채운 손수레를 끌고 거리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6월9일 첫 반대 행진시위를 벌이고 12일에도 200만에 가까운 시위가 잇따르자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장관은 15일 법안 연기 의사를 밝히고 곧 무기한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후 시위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달 9일 람 장관이 홍콩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촉발한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송환법 철회 이외 직선제 실시,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등 5가지 요구사항을 홍콩 정부가 모두 수용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홍콩 정부는 시위대의 과격 불법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 52년 만에 처음으로 ‘긴급법’을 발동, 그 중 첫 번째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기로 했다. 사실상 계엄령과 다를 바 없는 복면금지법을 발표하자 수천명의 홍콩 시위대는 지난 4일 저녁 법안 시행에 항의하면서 시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14세 소년이 또 실탄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실탄 부상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일 18세의 고등학생이 가슴에 총을 맞은 이후 두 번째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 경제가 더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실제로 복면금지법 발표 당일 홍콩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89.280포인트(1.11%) 내린 2만5821.030으로 거래가 끝났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자금이 홍콩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6월 이래 시위 사태가 발발한 이후 홍콩에서 6~8월 최대 40억 달러(약 4조788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는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시위 초기부터 투자가들과 기업 경영자들이 자금을 싱가포르를 포함해 해외로 옮기고 있다는 소식이 금융권을 통해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건 처음이다.

또 8월 홍콩 소매판매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정부는 지난 8월 소매판매액이 294억 홍콩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최악을 기록했던 1998년 9월보다 더 가파른 감소치다. 또 홍콩의 주택 가격도 지난 8월 1.4% 하락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을 찾는 관광객도 급감해 홍콩 내 호텔, 음식료, 유통업계 등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0% 급감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후 최악을 기록했다.
 

홍콩 정부가 5일 0시부터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4일 한 반정부 시위자가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아주NM&C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