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 이젠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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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9-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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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죄송하지만, 잠시 얼굴이 나오도록 여기 카메라가 있는 소형 디바이스를 쳐다보세요.” 지난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 행사를 앞두고 베이징 지하철 한 역사에서 공안경찰이 지나가는 모든 시민들에게 한 말이다. 필자는 외국인이라 여권 확인만 했지만, 다른 중국인들은 모두 조그마한 액정 디바이스에 얼굴을 스캔하고 있었다. 중국굴기의 명과 암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컴퓨터 비전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국가이지만 그 기술을 활용해 14억 중국인을 모두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삼엄한 경계와 통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과연 신중국 70주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이 설립된 후 7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성장과 발전은 매우 눈부시다.

중국 GDP는 1952년 95억 달러에서 2018년 12조7000억 달러로 약 174배 성장했다. 2005년 프랑스를 추월하고 세계 5위, 2006년에는 영국을 추월하고 세계 4위, 2007년 독일을 추월하고 세계 3위, 결국 2010년에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면서 G2에 반열에 올랐다. 1인당 GDP는 1952년 17달러에서 2018년 9100달러로 약 70배 증가했다. 이 중 1인당 GDP 규모가 2만 달러가 넘는 인구가 1억500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소비를 견인하고 있는 중산층 인구도 1억4000만 가구로 약 4억명에 이른다. 또한 외환보유고도 1억 달러에서 3조1000억 달러로 3만배 이상 증가하며, 세계 1위의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이러한 중국의 빠른 성장과 발전에 대한 자신감은 이번 10월 1일 70주년 국경절에 시진핑 주석의 경축사 연설문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2개의 100년(两个一百年)’ 목표 실현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중국몽 실현을 위해 분투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개의 100년은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GDP 및 도시‧농촌주민소득을 2010년 대비 2배 달성하여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먹고살 만한 정도의 중산층 사회) 사회를 실현하는 것과,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미국을 추월하여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인 대동(大同, 이상적인 복지국가)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첫째 100년 목표인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실현은 2020년에 조기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8년 개혁·개방 당시 빈곤인구가 약 7억8000만명(인구의 약 82%)이었으나, 40년이 지난 2018년 중국의 빈곤인구는 1660만명(인구의 약 1.2%)으로 줄었다. 공산당이 약속한 첫째 100년 목표를 지킨 셈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굴기·기술굴기·군사굴기로 대변되는 하드파워의 성장은 자연스럽게 미·중 간 패권전쟁으로 귀결되었고, 중국 공산당의 둘째 100주년의 목표인 2049년 미국을 추월하는 현대화된 슈퍼강국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 되었다. 그로 인한 경제성장의 추진력도 떨어지면서 중국경제 하방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타이완 해협, 남중국해 영토권 분쟁, 인권문제 등으로 인해 미·중관계가 더욱 긴장국면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번 성대한 중국건국 70주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와 군중행사도 이런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가라앉은 중화민족 부흥의 중국몽(Chinese Dream) 불씨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둘째 100년의 목표인 중국몽의 미래는 이제 하드파워가 아니라 소프트 파워에서 중국이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와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70년간 중국의 하드파워 성장에 비해 정치와 사회문화를 이끄는 소프트파워는 더욱 후퇴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일국양제(一国两制) 시스템의 홍콩 민주화 사태는 그 어떤 대내외적인 리스크보다 중국몽 실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단순히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이완을 흡수 통일하기 위해 덩샤오핑이 제시한 일국양제 통치방식이 전면적인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만약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중국경제 성장세가 지속적으로 둔화될 경우 중국 내 젊은 중산층을 중심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몽의 미래는 하드파워인 ‘대국(大國)’이 아니라 소프트 파워를 겸비한 ‘강국(强國)’으로 가는 것을 의미한다. 강국은 사람의 경쟁력에서 출발한다. 강제력보다는 이념과 가치의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다. 이러한 소프트 파워가 비로소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거나 저지할 수 있는 강국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어떻게 소프트 파워를 융합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미·중 간 패권전쟁은 중국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향후 중국몽의 미래가 어떻게 진화되든 우리에겐 기회와 위협을 함께 가져오기 마련이다. 빅테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으로 무장한 혁신 차이나의 중국몽 미래에 한국이 좀 더 다가가는 혜안이 필요하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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