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조국 사퇴 맞불로 뒤덮인 광화문…"범죄자 장관임명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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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강지수, 류선우, 정석준 기자
입력 2019-10-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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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광화문 일대 보수진영 집회로 발디딜틈 없어

  • 태극기ㆍ성조기와 함께 "조국사퇴ㆍ문재인 하야"

  • 대부분 장노년층…기독교 단체 참여도 두드러져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 범 보수진영이 3일 광화문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렸던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맞불집회 성격으로 열린 이번 집회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조국 장관 임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더욱 심화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를 열었다. 앞서 우리공화당은 낮 12시 30분부터 숭례문 앞에서 '문재인 퇴진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으며, 시위대가 숭례문에서 서울역까지 왕복 10개 차로 대부분을 채웠다.

비슷한 시간 교보빌딩 앞에서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가 '문재인 하야 광화문 100만 투쟁대회'를 열면서 광화문 일대는 이날 오후 내내 보수성향 시위대들로 뒤덮였다.

 

3일 광화문 주변에서 보수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는 유인물이 뿌려지고 있었다. [사진=정석준 기자 ]


◆인산인해 이룬 광화문 광장··· 대부분 50대 이상 중노년층

집회 시작 전부터 광화문행 5호선은 인파로 붐볐다. 주로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등산복 차림이 다수였다. 광화문역과 가까운 애오개역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탑승하지 못할 정도였다. 광화문역에서 승객 대부분이 하차했으며, 낮 12시 20분을 전후해 역을 빠져나가는 데만 30여분이 걸릴 정도였다.

광화문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 디딜 틈도 없고, 무질서한 현장이었다. 현장에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같이 펄럭이고 있었다. 인근 카페에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인파가 갑자기 몰려 긴 줄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카페 안에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노인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었다. 20~30대 청년들도 종종 눈에 띄기는 했지만 드물었다. 집회에 참가한 청년층의 수가 적다 보니 보수 유튜버들은 이들을 발견하면 바로 마이크를 내밀며 인터뷰를 요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토로했다. 조 장관이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한 채 임명을 했다는 것이다. 광화문 주변에 대형버스가 곳곳에 눈에 띈 만큼 어느 단체 소속이냐는 질문을 연이어 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개별 참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성남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은 "너무 화가 나고 참을 수가 없어 나왔다. 이번 기회에 민심을 보여주러 쉬는 날임에도 나왔다"면서 "어떤 단체에 속한 게 아닌, 개인 자격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국 같은 범죄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놓고 검찰 개혁한다고 수사를 방해한다. 그런 잘못된 사람에게 민심을 보여주러 나왔다"고 동기를 밝혔다.

대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원모씨는 "어떤 단체 소속도 아니고 친구들이랑 화가 나서 여기까지 새벽부터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을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며 조 장관에 대해선 '위선자'라고 비난했다.

집회에 참가한 30대 여성은 "너무 화가 나서 쉬는 날이지만 목소리를 내러 왔다. 혼자 왔고 어디 단체 소속은 아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왕 된 거 잘하길 바랐는데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조 장관 사퇴는 당연하고 문 대통령도 하야하라"고 주장했다.

안성에 거주하고 있는 50대 여성은 "나는 당원이 아니다"면서도 지역 보수지지자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광화문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같은 보수 지지자들끼리 '집회한다더라' 문자가 돌아서 신청자들이 몰려 버스 20대가 출발했다"며 "도착해서는 다 (개인자격으로) 따로 다닌다. 문재인 탄핵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70대로 보이는 집회 참가자는 "어떤 단체에서 온 거 아니고 친구들이 단톡에서 나오자 해서 나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3일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보수성향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사진=류선우 기자 ]


◆나경원 "문재인과 조국은 한 몸"··· 교회 지도자 "순교 결의자 3000명"

이날 행사를 주도한 자유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등 20여명의 당내 주요 인사들이 광화문에서 연설에 나섰다.

황 대표는 “조국은 청문회까지 까도까도 양파였는데, 그 이후에도 매일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저런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제정신인가. 저런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면서 조 장관 임명에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현 정권에서 진행 중인 검찰개혁을 두고 "검찰 개혁 얘기하지만 검찰 장악이다. 어제 여당이 조국(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검찰을 고발했다"며 "살아있는 권력까지 수사하라고 해놓고 정작 칼을 겨누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경심 교수를 비공개 소환했다. 정경심 강제소환 이게 (검찰에 대한) 마지막 예우"라며, 그러지 않을 경우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회에서 두드러진 것은 교회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것이다. 광화문 주변과 서소문 주변에는 교회 소속으로 보이는 대형버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기독교단체 및 유관기관이 주최한 '한국교회기도인'의 날 행사도 서소문 주변에서 열렸다. 기도대회에서는 조국 사퇴나 문재인 규탄 발언은 없었지만, 행사 마무리 때 정부 규탄 집회 참석을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기도대회 참석자들은 대부분 보수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 60대 남성은 "지방에서 다 여기로 왔다. 오늘 기도 때문에 모인 게 아니고 이 집회 때문에 모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전광훈 대표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대회'에 참석해 "청와대 돌파를 앞두고 순교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3000명이나 된다"면서도 "분신자살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철저한 비무장·비폭력으로 문재인을 끌어낼 것"이라고 시위대를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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