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논란] "특혜층에 기회 준 제도"…"도입취지 사라져" 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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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강지수·류선우·신동근·전환욱·정석준·홍승완 기자
입력 2019-10-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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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입 초기부터 높은 비용부담으로 부유층에게 유리하단 지적

  • "인맥 중요한 한국 사회서 의전원 제도 불공정 개입할 여지 커"

  • "돈되는 인기전공 쏠림 더 심해져…기존 의료체제에 되레 손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정치권을 수개월째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의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검찰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조씨가 입학 당시 제출했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 위조된 것이냐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2005년 처음 도입될 당시 의전원 모집 인원은 159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정원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는 의과대학 모집정원을 추월하기도 했다. 최근 급속히 숫자가 줄고는 있지만 지난 10여년간 의료 인력 양성의 큰 축을 담당해온 제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의전원은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특권층의 특권을 대물림하는 도구로 사용됐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본지 기획취재팀은 현장 의료계의 목소리를 통해 최근 불거진 의전원 논란에 대해 다시 한번 짚어보았다. 의료계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의전원에 대해 입시 불공정 논란만을 키운 시스템일 뿐만 아니라 당초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실패한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의전원은 도입 초기부터 부유층과 사회지도층 자녀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우선 입학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입시 전형제도가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는 것도 불신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장 기본적인 평가잣대인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GPA, 영어(특히 TEPS) 등의 반영 비율은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이번 조 장관 자녀의 입학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부산대 의전원의 경우에는 신입생을 뽑을 때 MEET 성적을 반영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부 의전원이 학부 성적과 서류만으로 신입생을 뽑으면서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잣대가 주관적일 수 있는 만큼 특혜 개입의 여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에는 박문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장 아들이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들 박씨는 아버지인 박 교수의 제자 논문을 표절해 해외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성과로 의전원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일자 자퇴했다. 박 교수 역시 보직 해임됐다.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현장에서 중견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특히 높았다. 1990년대 서울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 시내 대형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의사는 "의전원 입학과 관련해서는 주변에 고위층 자녀들, 학장이라든지 병원 고위 관계자와 아는 사이거나 그런 분들의 자녀들이 입학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제도에 대해) 더욱 신뢰가 가지 않는다"면서 "미술 전공자가 의전원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던데, 이들이 과연 의사로서 훈련 과정을 잘 마치고 (현재) 의료 시스템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과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은 예전처럼 학부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대학원에서 의학을 공부할 경우 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에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예과 2년, 의학과 4년으로 이뤄진 이른바 '2+4'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의전원은 4년제 대학(일반학부)을 졸업한 학생이라도 4년 동안 의전원에서 의학 수업을 받는다면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도입 당시 의전원은 의사의 수를 늘리고 의학의 질을 높인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의전원은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적극적인 장려정책 덕분에 한때 41개 의과대학 중 27개가 의전원 체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현재 남은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1년까지 2개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사진=연합뉴스 ]


◆"아무나 못 가는 의전원"··· "주관적 선발 시스템 못 믿어"

의전원은 출범 초기부터 가진 자들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었다. 일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등록금도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도입 초기인 2007년 기준으로도 사립대학교의 경우 등록금이 연평균 2000만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4년 과정을 마치기 위해서는 총 8000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의전원이 도입된 이후 의과대학을 다닌 한 의사는 "예전부터 의전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집안이 좋고 돈이 많아야 한다는 소문이 많았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대와 치대 교수 자녀들이 말도 안 되는 논문의 공동 저자로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솔직히 공부해서 의대 간 입장으로서 황당하다"고 푸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오모씨는 "의전원의 경우 학비도 더 비싸고, 기간도 매우 길기 때문에 그야말로 아무나 가지 못하는 교육기관이다. 이런 부분에서 오는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학력고사를 치르고 의대에 입학한 세대의 의사들 반감은 특히 강했다. 1980년대 중반 의과대학에 입학했으며, 현재 서울 동작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모씨는 "의전원 시스템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학생을 뽑는 과정에서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인맥의 영향력이 큰 한국 사회에서 특권층에 기회를 더 많이 주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의전원에서 일부 학생들은 엄청난 학업량을 제대로 못 따라잡는다고 들었다. 이것 자체가 선발 과정과 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역시 1980년대 후반 학번이면서 서울 시내 중형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모씨 역시 의전원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씨는 "우리 세대 의사들 대부분은 학력고사라는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매우 어렵게 의대에 진학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시험도 안보고 무슨 상장이나 논문, 그리고 면접처럼 특혜 의혹이 일 수 있는 기준으로 의사 될 인력을 뽑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정의당의 여영국 의원은 "교육 불평등을 지속시키는 고교 서열화가 의전원 입학 특혜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면서 "이제는 부모들의 배경이 입시의 조건이 되는 제도 자체를 끝내고 학생들의 개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도입 취지 퇴색된 지 오래··· "전공의 부족은 되레 악화"

초기 도입 당시 교육부는 의전원의 도입 취지에 대해 의학 연구인력 충원 및 의학기술의 향상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의전원 졸업생들은 대부분 의사면허를 딴 뒤 병원을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에 취업한다. 의학 연구자로 진로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김수근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의전원의 원래 취지가 연구하는 의학 연구자를 키우고자 한 거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잘 되어 있지는 않다"고 짚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부산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27살의 한 의사는 "의전원 제도의 기존 취지는 의전원 재학생들도 제대로 모를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했던 분들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의전원 졸업자들을) 보면 의사 면허만 딴 뒤 이른바 돈이 되는 병원들로 몰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공의 부족 상황은 의전원 도입 이후 더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공의가 되기 위한 레지던트 과정을 포기하고 일반의 자격증만으로 만족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했으며, 현재는 서울 강남구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서모씨는 "예전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전원 출신들이 레지던트 과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들었다"면서 "부유한 집안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일반의 자격증만 가지고 피부과, 가정의학과 등 개인 병원 개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 대형병원에 재직 중인 80년대 학번 전문의 조모씨는 대학병원에서 비인기전공 정원의 미달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의전원 출신의 증가를 꼽았다.

조씨는 "(후배 의사들) 훈련을 시키다 보면 의전원 출신들은 기존의 의대 출신보다 이른바 편한 과, 돈 되는 과에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요즘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 이른바 비인기 전공의 과정이 미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 최근 10년 동안 의전원 출신들이 늘었지만, 이들은 빨리 돈 벌 수 있는 과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나라 전체 의료시스템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비판했다.

한편 특혜층을 위한 제도라는 지적에 대해서 의전원 출신 의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에 논란이 되는 것은 일부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전원 출신인 의사 김모씨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잇는 입시비리는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입학해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들 열심히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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