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에서]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던 정명훈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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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9-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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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만에 내한 공연...가득 찬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인상적이었던 협연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후 관객들에게 가슴 뜨거운 인사를 전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단원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아기가 속삭이는 것처럼 가냘픈 연주에 이어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 웅장한 연주가 이어졌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9월만을 기다린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1548년에 창단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지난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4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가졌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995년과 2000년(지휘 주세페 시노폴리), 2006년(지휘 정명훈), 2009년(지휘 파비오 루이지), 2015년(지휘 정명훈)에 이어 여섯 번째로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4년을 기다린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25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가득 찼다. 27일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와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29일에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연주했다.

27일 공연에서는 471년의 역사와 18년간 이어진 믿음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1548년에 창립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바그너, 슈만, R. 슈트라우스 등 역사적 작곡가들과 역사를 함께 한 독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다. 1448년 창립한 덴마크 왕립 오케스트라와 더불어 세계 최고(最古) 오케스트라로 꼽힌다. 2007년에는 유럽문화재단으로부터 최초로 세계음악유산을 보존한 공로를 인정 받아 상을 받았다.

역사를 실력으로 이어오고 있다. 매 시즌마다 50여회 이상의 교향곡과 실내악 콘서트를 여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내한 공연에서 명성에 걸맞는 연주를 선보였다. “지휘자면 누구나 꿈꾸는 오케스트라”라는 정명훈의 표현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2001년 객원 지휘자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인연을 시작했다. 2012-13시즌부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 중인 정명훈은 단원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 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외줄 위에서도 넘어지지 않을 것 같은 절묘한 균형감을 가진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선사한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은 자유로웠고 아름다웠다. 한순간도 놓치기 아까웠다.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마치 발레리나처럼 섬세하고 서정적인 연주가 돋보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2007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음악적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으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김선욱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를 연주하면서 급격한 변화들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절제와 폭발적인 감정은 다르지만 그의 연주 속에서는 묘하게 닮아있었다.

아기가 속삭이는 것은 아주 작은 소리의 섬세한 연주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웠다. 그가 앵콜곡으로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8번 c단조는 관객들을 저마다의 추억으로 이끌었다.

우레와 같았던 커튼콜과 기립 박수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 둘 객석을 떠나기 시작했다. 공연은 끝났지만 여운은 길었다. 앞서 걷던 한 관객은 2부 앵콜곡인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 g단조를 한참동안 흥얼거렸다. 지인에게 “최고의 공연이었다”는 그의 말에서 기쁨과 흥분이 동시에 느껴졌다.

[브람스 교향곡 제2번을 연주 중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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