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 비상] 지방 가을축제 줄줄이 취소…긴장하는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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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최지현 기자
입력 2019-10-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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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10월에 전체 38% 몰려있는 축제…"전염병 확산 원천 막아라" 안간힘

전국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지역 축제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ASF는 지난 17일 파주에서 국내 첫 발병한 뒤 연천, 김포, 강화 등 모두 4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첫 감염 경로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날이 번지는 ASF에 지자체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는 9월 30일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 관계자는 물론 일반 시민의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축산 농가 출입 자제를 비롯해 발생지 출입 금지, 불가피하게 10㎞ 이내 지역 방문 때 이동통제초소에서 철저하게 소독하는 등 질병 확산을 위해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경기도는 접촉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역으로 판단하고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축제는 특히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 9~10월 지역축제 전체의 38% 달해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전국 지역축제가 몰려있다. 올해 전국에서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인 지역축제는 총 884개인데, 이중 9월 동안 187개, 10월에는 145개가 몰려있다. 두 달 동안 개최되는 축제가 전체의 38%에 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ASF 확진판정이 난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사람이 몰리는 큰 축제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우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7∼29일 개최할 예정이던 ‘청라 와인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음 달 열기로 한 ‘청라 자전거 페스티벌’과 ‘인천 송도불빛축제’를 모두 뒤로 미뤘다. 인천경제청은 돼지열병 확산 추이를 지켜본 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지 않을 경우 올해는 이들 행사를 아예 취소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역시 비슷한 기간 열기로 했던 소래포구 해오름광장 일대에서 열기로 했던 ‘제19회 소래포구 축제’를 취소했다. 이강호 남동구청장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는 축제 특성상 혹시 모를 질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9월 28일 경기도 하남시 도로에 이성산성문화축제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윤은숙 기자 ]


같은 기간 부평대로 등지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23회 부평풍물대축제’도 관계 부서 회의 끝에 취소됐으며, 다음달 11일~13일 개최 예정이던 ‘연수능허대문화축제’는 무기한 연기 결정됐다.

경기도에서 열리던 주요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됐다. 지난 24일 '제10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이 행사는 이천 세라피아, 여주 도자세상, 광주 곤지암도자공원 등지에서 오는 27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도자재단 관계자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여서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추진하려 했으나 이천시장이 도지사에게 행사 취소를 호소해 결국 취소하기로 결정됐다"며 “행사 취소에 따라 입장권 환불 및 행사 계약 취소 위약금 지급 등 후속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는 오는 27∼29일 남한산성도립공원 일원에서 열기로 한 '제24회 광주남한산성문화제'를 지난 25일 전격 취소했다. 남한산성문화제가 취소되기는 신종플루가 창궐한 2009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지역에는 양돈 농가가 단 1곳이고 사육두수도 600여마리에 불과하지만 이웃 지자체인 이천이나 용인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옮기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의견이 많아 축제 이틀을 앞두고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28∼29일 개최 예정이던 '제5회 화성시도시농업박람회’, 다음 달 5일 예정된 경기도 광주시 '제2회 행복밥상 문화축제'와 '임금님 만나러 가는길', '제2회 평택 아시안컵 축구대회', '평택농악·민요 상설공연' 등 평택시의 15개 행사 역시 취소 결정됐다.

동두천시의 경우 다음 달 3일 예정된 '천사 마라톤 대회'와 19일 '소요산 단풍문화제', 26∼27일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 대해 취소 방침을 공고했다.

◇경기도를 넘어서 경북과 울산서도 축제 취소 

지역축제 개최 취소는 경기·인천 인접 지역은 물론 멀리 경북·울산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울산시와 울주군 등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 대책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위해 이달과 다음 달 열릴 예정이던 4개 축산 관련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25일 밝혔다.

취소되는 행사는 △울산북구 반려동물 문화축제 △봉계 한우불고기축제 △햇토우랑 대축제 △축산인 한마음대회 등 4개 행사로, 총 사업비는 7억1천500만원에 달한다.

경상북도 문경시 역시 지난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28일~29일 예정됐던 '2019 문경약돌한우축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시도 이번 주말 열기로 한 ‘제7회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축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한편 국내 최대 양돈단지가 있는 충청남도 홍성군은 오는 27일~28일 예정된 역사인물축제를 강행해서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다음달 8일부터 11월 17일까지 41일간 충청북도 청주에서 열리는 '2019 청주공예비엔날레' 역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5일 진행된 ‘청주공예비엔날레 프레스데이’에서 조직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농훈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축산 차량들의 운행 문제”라면서 “확진 상태인 경기 북부와 서부 지역은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지만 그 외 지역들에서 축산과 관계없는 일반 행사는 진행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방역에도 도움을 주고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들이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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