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70년]최대 암초 '인구 절벽'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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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9-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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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⑨산아제한은 옛말, 사라지는 인구 보너스

  • 인구절벽 따른 경제활동인구 감소...성장둔화 불가피

[그래픽=이재호 기자]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정권을 잡고 신중국 수립을 선포했을 당시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35세에 불과했다.

올해 81세인 퇴직 교사 천즈샹(陳志祥)씨는 "일년 내내 고기는 구경도 못했고 전염병이 돌면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했다"며 "많은 동네 어른들이 30~40대에 세상을 떠났고 60세까지 살면 장수한 셈이었다"고 회고했다.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한 유년 시절의 기억이다.

지난해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77세까지 높아졌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수명(80.7세)과 큰 차이가 없다.

중국인은 건강해졌지만 점점 더 아이를 낳지 않는다. 지난해 출생률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는 4년 전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기했지만 한번 꺾인 출생률은 반등할 기미가 없다.

특히 만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 비결로 꼽히는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는 사라지고 생산·소비 위축을 초래할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경제는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제 활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출생률 반전을 이룰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국의 최대 고민이다.

◆건강해진 中, 아이 안 낳는 中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1949년 35세에서 1957년 57세, 1981년 68세, 지난해 77세 등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질병 발생률이 낮아진 결과다. 1949년 신중국 수립 당시 50위안에 불과했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지난해 2만8228위안으로 57배 증가했다.

지난 70년간 의료기관과 병상 수는 각각 271배와 99배 급증했다. 1949년 3670개 정도였던 병원 수는 지난해 99만7000개로 늘었다.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4.55개로 선진국 평균(4.11개)을 웃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지출 비중은 6.9% 수준이며, 금액으로는 1조5000억 위안(약 251조7000억원)에 달한다.

평균 수명이 높아지면서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중국은 1978년부터 산아 제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불과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상황은 역전됐다.

1978년 18.25%(인구 1000명당 18.25명 출생) 수준이던 출생률은 1987년 23.33%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이다.

2015년 산아 제한 정책을 폐기한 뒤로도 2016년 12.95%, 2017년 12.43%, 지난해 10.94%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가 지나면서 취업난이 심화하고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탓이다.

량젠장(梁建章)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는 "출생률 저하는 취업 여성이 많아진 데 따른 기회비용이며 엄청난 교육비 부담과 물가 상승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이 가운데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매우 중요한 피임약이 됐다"고 지적했다.

량 교수는 "둘째 아이를 낳은 가정에 매월 1000위안의 보조금과 10만 위안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자"며 파격적인 정책 도입을 주장하지만 재정 부담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경제 활력 둔화 불가피

고령화 진전과 출생률 저하로 지난해 기준 13억9538만명이던 중국의 인구는 2029년 정점에 달한 뒤 감소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특히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활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최대 고민이다.

지난해 16~59세 인구는 8억9729만명으로 전년보다 470만명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859만명 증가했다.

중국 인민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16~59세 인구는 2015년 9억2500만명에서 2050년 7억300만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2억2200만명에서 4억790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층 비율이 높아 노동력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저축률이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이른바 '인구 보너스'가 사라지고,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생산·소비가 위축되는 '인구 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인구 절벽이 미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더 심각한 경제 현안"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았다. 올해는 6%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절벽에 도달하기 전 경제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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