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치료제도 없다…"앞으로 1주일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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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9-1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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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5월 말 발생 후 접경 지역 폭우로 전파 가능성

  • 남북 방역 협력 진척 안 돼 방역 구멍 뚫린 듯

  • 파주 발생 농장 한강서 불과 2~3km…강 따라 바이러스 이동 우려

  • "사람에겐 전염 없다"…안심하고 소비 당부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전국 확산 여부의 고비는 이번 주가 될 전망이다. 4~19일의 잠복기를 가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 후 4~7일 사이에 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혈청검사를 진행한 뒤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직후인 6월에는 14개 접경 지역만 따로 일제검사를 했다"며 "8월에도 전국 돼지 농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검사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 가스를 실은 차량이 도착해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에 멧돼지 떠내려와··· '북한에서 유입' 가능성 가장 높아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국내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 장관은 "정확한 발생 원인은 역학조사반이 정밀조사 중"이라며 "감염 바이러스 유형 역시 아시아 타입인지, 아닌지 DNA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발병 경로는 북한으로 추정한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최근 태풍이 황해도에 상륙하면서 내린 폭우로 멧돼지가 떠내려와 전파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5월 30일 북한은 자강도 우시군의 북상협동농장에서 ASF가 발병했다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중국 접경 지역인 북상협동농장에서 열병이 신고된 뒤 이틀 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지난 6월 이낙연 국무총리는 접경 지역 가축 방역 현장을 찾아 "아직도 북한 자강도에만 멧돼지가 머물러 있을 것으로 볼 수 없고, 세계동물보건기구 통보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며 "이미 개성까지는 왔다고 봐야 한다"고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기도 했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자유로를 따라 5㎞가량 떨어진 한강·공릉천 합류 지점 인근으로, 북한과는 불과 1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오두산통일전망대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으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북한 지역이다. 북한에서 멧돼지가 넘어올 수 있는 유일한 경로로 알려진 한강하구와도 2~3㎞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과의 방역 협력 진척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결국 국내 유입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5월 31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ASF 등 관련 방역 협력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아직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농장주는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4명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네팔인이다. 이들도 최근 해외를 다녀온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해당 농장은 돼지 사료로 남은 음식물이 아닌, 사료 회사에서 공급받은 사료를 사용했다"며 "현재는 눈에 드러난 발생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고, 가정해서 원인을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역학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는 전염 안 돼··· 주변 돼지는 모두 살처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돼지에게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은 돼지나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전염을 막는 방법이 바이러스가 옮겨지지 않도록 돼지를 살처분하고, 관련 종사자의 이동을 막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추석을 전후해 발병해 그나마 돼지의 이동이 없었고, 추석 이전에 도축장으로 이동했다"며 "돼지를 소독 처리해 땅에 묻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개정된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농장으로부터 500m 이내에 있는 농장의 모든 돼지는 즉시 살처분한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우선 발생 농가와 농장주가 소유한 농장 2곳의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했다.

또 17일 오전 6시 30분부터는 48시간 동안 전국에 가축과 축산관계자 등의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대상은 돼지농장 가축·축산 관련 종사자, 돼지 관련 작업장 축산 관련 종사자와 그 차량·물품 등이다.

축산 관련 종사자는 임상 수의사·수집상·중개상·가축분뇨 기사·농장관리자·가축 운송기사·사료 운반기사 등 돼지농장과 돼지 관련 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축산 관련 작업장은 도축장·사료공장·사료대리점·분뇨처리장·축산 관련 운반업체 등이다.

공고 발령 당시 돼지농장이나 관련 작업장에 들어가 있는 축산 관련 종사자·차량은 해당 시설에 그대로 잔류해야 한다. 이동 중인 축산 관련 종사자·차량·물품 등은 돼지와 관련이 없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위반하면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전국 확산을 판단할 수 없지만, 만약 외부로 전파가 된다면 경기 북부 정도가 위험지역"이라고 언급했다.
 

17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해당 양돈 농장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돼지고기 가격 우려··· 정부 "안심하고 소비해도 괜찮아"

돼지고기 가격도 걱정이다. 단기적으로는 소비량이 급감하고, 만약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하면 공급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고기 기피 현상이 발생해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에 돼지고기를 조기 출하하면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수많은 돼지를 살처분하면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급등할 우려도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4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생긴 이후 돼지고깃값이 40% 넘게 오르는 등 큰 영향을 받았다.

김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인수공통 전염병이 아니며, 살처분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소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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