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SK 진흙탕 싸움에 활짝 웃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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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경 수습기자
입력 2019-09-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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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디 이어 포르쉐도 중국 배터리 업체와 공급 계약

  • 전문가 "국내 산업 생태계에는 악영향"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이 격화될수록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 대한 중국 업체들의 구애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9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업체인 포르쉐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배터리셀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협력으로 포르쉐는 최근 중국 정부가 테슬라자동차의 취득세 10% 면세를 부여한 것과 같은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자동차업체 아우디도 중국의 비야디(BYD)와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는 그동안 국내 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했다.

문제는 이처럼 글로벌 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맞소송을 내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두 기업 모두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고 밝히긴 했지만 먼저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속셈이다.

상황이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까지 나섰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최근 LG그룹과 SK그룹 관계자를 만나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 배터리 공장 운영이 걸린 사안인 만큼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를 선도하는 두 기업이 소송전에만 매몰돼 있는 동안 신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럽에서 국내 기업의 입지는 급속하게 축소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배터리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자체 제작까지 나선 상황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6일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추진 중이던 합작사 설립은 진행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4년간 자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을 1곳씩 신설하는 데 최대 60억 유로(약 7조9000억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한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양사의 다툼이 너무 지나치게 격화된 측면이 있어 신인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완전히 대체 불가능한 수준이 아닌 상태에서 글로벌 경쟁을 진행하고 있기에 국내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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