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환율 리스크에 고통 받는 아시아 관광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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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8-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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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갈등에 韓관광객 급감...日관광업계 울상

  • 홍콩 시위 장기화..."하반기 경제 하방 우려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지난 19일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 공항에 서울발 비행기가 도착하자, 지역 명물인 사슴 모양 탈을 싼 남성이 한국어 환영 인사를 담은 펼침막 아래에서 한국인들에게 부채와 젤리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전달했다. 한·일 갈등으로 이 지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처지에 놓이자 지역자치단체 직원들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NHK는 전했다. 관광 성수기인 휴가시즌이 중반부로 접어들었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불거진 경제적 역풍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수출 규제' 부메랑 맞은 일본··· 아베 레임덕 맞나 

한·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본 관광업계가 실제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광국(JNTO)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754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3119만2000명)의 24%를 넘어섰다. 그러나 7년 연속 740만명을 웃돌던 한국인 관광객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3.8%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7월 이후 본격화된 점을 고려한다면 하반기에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초만 하더라도 방관하던 현지 언론들도 업계 상황을 분주하게 전달하고 있다. 관광객이 줄면서 일본으로 향하는 하늘길과 뱃길 자체가 차단되고 있는 탓이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이 일본과 한국을 잇는 6개 노선을 추가 운항 중단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는 물론 고마쓰, 가고시마, 아사히카와 등 지방 소도시와의 연결도 잠정적으로 끊길 전망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오사카 관광국에서는 6~7월 현지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지방 소도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돗토리 현은 지역 관광 산업이 피해를 입게 되자 관련 업계를 돕기 위해 현 의회에 관련 비용 2000만엔(약 2억2590만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지방 소도시의 경제 타격이 가시화되면서 아예 아베 내각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관광산업을 경제 성장전략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방일 외국인 규모를 연간 4000만명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는 60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무관하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지방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일본을 많이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한다면 이런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방정부의 불만이 커지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이끌어낸 아베 내각이 하반기 레임덕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베 총리가 이르면 오는 12월께 중의원 해산 카드를 던지고 총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민주주의 시위에 마비된 홍콩··· "경제성장 하락 전망"

정치적인 문제로 관광업계에 적신호가 켜진 건 홍콩도 마찬가지다. 홍콩에서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에도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민주주의 수호' 시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시위대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송환법 철폐를 알린다는 목적으로 도심을 벗어나 공항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자, 홍콩국제공항이 안전을 이유로 공항 운영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관광업계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은 "7~8월은 홍콩 여행의 성수기인데도 시위로 인해 여행객이 두 자릿수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시위로 인해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외신은 전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홍콩 정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예비치는 전년 동기 대비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전 분기와 비교하면 0.3% 감소한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둔화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현재의 시위가 장기화된다면 경기 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게 CNN의 분석이다.

ING의 중국 전문 이코노미스트인 아이리스 팡은 "쇼핑몰과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시위자들이 떠날 때까지 업무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며 홍콩의 소매·관광 부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토미 우 부교수는 “현재의 정치적 혼란이 소비자와 기업 정서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3분기 경제는 더욱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 홍콩 GDP는 작년(3%)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1% 미만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베트남은 반사 이익 얻었지만··· 환율에 울고 웃는 태국

한·일 갈등과 홍콩 시위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나라도 있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관광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207만8000여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베트남이 한·일 갈등으로 인한 대체 여행지로 꼽히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은 2015년 기준 115만2000여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뒤 작년까지 매년 4∼42.2% 증가하면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작년에는 343만5000여명이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집계도 나온다. 우리나라와 베트남을 오가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확충되고 있어 항공업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만 베트남이 인기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인근 태국은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태국 현지 언론인 더타이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태국 관광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했지만 관광객 유입률은 오히려 줄었다. 태국 관광 당국은 지난 6월 태국을 찾은 관광객 수는 290만명으로, 303만명이었던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파타야 등 태국의 유명 관광지 대신 베트남을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는 게 현지의 자체 분석이다. 여기다 홍콩 시위와 환율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가장 많이 찾는 곳이 태국인데, 홍콩국제공항 등이 폐쇄돼 하늘길이 막히면 아예 태국에 진입할 수 없는 탓이다.

카시콘 리서치 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홍콩국제공항 운영 차질이 계속되면 태국 관광업계가 최대 14억 밧(약 550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밧화 가치는 올해 들어 5.4%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태국 대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을 차선책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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