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한국 수출규제 선봉에 선 '자민당 괴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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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9-07-3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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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코 日경제산업상, '한국=신뢰할 수 없는 국가' 등식 반복적 생산

  • '수출규제' 대신 '수출관리' 미디어 용어 관리, 트위터 통한 여론전도

"RCEP에서 한국이 관계 없는 이슈를 꺼내 시간을 낭비한다면 각국으로부터 신뢰 잃을 것" 

30일 오전 12시 33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겨냥한 경고성 발언이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은 지난 27일 중국 정저우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실무자 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세코는 "관계없는 곳에서 의제로 발언을 계속하면 한국이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라고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 발언은 한국이 이미 어느 정도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그의 등식은 낯설지 않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관련 보도자료에서도 같은 등식을 내세웠다.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며 한국의 수출관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한다는 게 보도자료의 골자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부적절한 사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일부 물품의 북한 반출 의혹 등을 제기했을 뿐이다.

세코 경산상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는 전혀 아니라면서도 강제징용 문제를 언급하며 "관계 부처와 논의한 결과, 한국과의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다고 봐야 할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일본에서 개최된 한·일 실무자 접촉에서는 '한국 측의 수출규제에 대한 철회 요청이 없었다'며 관련 논의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세코는 회견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에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한국 측의 태도에 따라 "양국 간 신뢰 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또다시 '신뢰'를 언급했다. 

같은날 트윗에서도 "한국은 일방적으로 '협의했다', '철회를 요청했다'고 하면서 신의(信義)에 반하는 발표를 했다"면서 "우선 이 부분에 대한 정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과는 믿고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22일에는 일본 내 한국 특파원들을 도쿄 청사로 불러 이번 조치는 '한국의 전략물자관리체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일방적 주장만 내놓았다. 녹취나 사진 촬영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한국 측이 반격 논리를 펴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았다. 한국의 전략관리체계에 대한 '불신'만 전달한 셈이다.  
 
경제산업성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의 선봉에 서있다. 대외 경제관계를 비롯해 광물자원, 에너지 확보 및 제공, 경제 및 산업 발전 등이 주무 영역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의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것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제외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모두 경제산업성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경제산업성과 세코 경산상이 끊임없이 '한국=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등식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에 같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여론전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다. 세코는 최근 일본 언론들을 상대로 '수출규제' 대신 '수출관리'라는 말을 쓰라고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사진=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트위터 ]

 
이처럼 경제산업성이 여론전에 강한 이유는 세코 경산상의 이력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세코 경산상은 일본 내에서 대표적인 언론통 정치인으로 꼽힌다. '자민당의 괴벨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파울 괴벨스에 빗댄 말이다. 

일본 참의원 출신으로 2016년 경제산업성 수장을 맡았다.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5선에 성공했다.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경제보다 언론분야 이력이 눈에 띤다.

1990년대 일본 전신전화(NTT)  근무 시절 미국 보스턴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대학원으로 유학해 기업 홍보론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줄곧 홍보와 관련된 길을 걸었다. 1998년 정계 입문 후 2005년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 미디어전략을 담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1차 아베 내각에서는 총리 보좌관으로 아베 정권을 해외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아베 정권의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 프로젝트, 자민당 넷서포터스클럽(J-NSC) 결성 등에서 활약하면서 언론통으로 입지를 굳혔다.

J-NSC는 1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자랑하며 자민당의 당세 확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J-NSC는 인터넷에서 아베 정권과 자민당에 유리한 여론조작을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아베 정권을 위한 여론 형성과 미디어 통제까지 서슴지않았던 세코는 한국과의 갈등 국면에서도 여론전의 귀재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세코 경산상은 2012년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싫어하는 별명으로 '자민당의 괴벨스'를 꼽았지만, 여전히 구글에 '자민당의 괴벨스'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의 이름이 가장 위로 검색된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성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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