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금리 인하에도 숨죽인 서울 주택 시장…"타이밍 좋지 않지만 차후 변수에 따라 반등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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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7-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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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 압박, 민간 상한제 예고 등 부동산 시장 둘러싼 규제 겹겹이 쌓여 거래 전무한 상황

  • 잠재적 투자자 매수 의욕 자극 여지 충분…8개월 만의 서울 주택매매 심리 상승 국면 전환도 이를 뒷받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김충범 기자]

#1. "단 1~2개월 전에만 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졌어도 주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죠. 물론 금리 인하 효과를 논하기엔 매우 이른 시점이지만,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가 워낙 강하다 보니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요. '부동산은 타이밍'이라는 속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2. "최근과 같이 시장이 혼란기에 진입할 때면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금리 인하 이후 구체적이진 않지만 재건축 전망에 대해 문의한 분이 있었습니다. '금리가 내리면 부동산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라고 판단한 경우인데,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시장 상황이 바뀌더군요."

정부의 추가 대책 예고를 앞두고 부침을 겪고 있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최근 기준금리 인하라는 변수까지 맞닥뜨리면서 현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선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정부의 고강도 정책 및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실물 경기도 둔화되고 있는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금리 인하에도 매도·매수자 모두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뚜렷한 관망세 속에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번 금리 인하 소식은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모처럼의 호재인데다, 과거 사례를 살펴봐도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자금 유입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상승 반전의 기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21일 현장 중개업자들 상당수는 일단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파급력을 미치기에는 너무 좋지 않은 시기에 단행됐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특히 금리 소식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나설 만큼 기정사실화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악재를 압도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E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달 들어 거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연초 14억원까지 떨어졌던 아파트값도 지난달 17억원대 중반까지 오르다 이달 들어 멈춘 상태"라며 "물론 아파트값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금리가 인하됐다고 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기는 당분간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입주민들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걸기에는 현재 주택 시장, 특히 재건축 시장 흐름이 너무 좋지 않다"며 "무엇보다 민간 상한제 도입은 은마를 비롯한 대다수 재건축에 있어 수익성을 대폭 감소시키는 핵폭탄 급 악재에 가깝다. 해당 아파트 매수세가 급격히 꺾인 시점도, 김현미 장관의 상한제 발언 이후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L중개업소 대표 역시 "금리 인하에 대해 입주민들의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러기엔 아파트값이 사실상 전 고점을 회복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심리가 중요한데, 불과 1개월 만에 시세 대비 10% 정도 깎이면 매수를 고려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며 "게다가 곧 여름 휴가철도 본격화된다. 금리 인하 효과가 증폭되기에 여러모로 시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당장 금리 인하 효과가 발현되긴 힘들어도 정부의 규제 강도 정도, 또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단행 등 차후 변수에 따라 수요층의 유입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측한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실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6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6월 19∼28일)'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28.3으로 전월보다 19.8포인트 오른 것은 물론, 지난해 9월(147)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와 중개업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서울 지역 주택매매 경기가 8개월 만에 '상승국면'으로 돌아섰다는 뜻이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 K중개업소 대표는 "일단 금리 인하 소식 이후 형식적으로 단지 가격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몇 통 걸려왔다"며 "전용 127㎡의 경우 연초 25억원 선까지 내렸는데 올해 5월 28억원 선에 실거래 된 이후 집주인들이 절대 이 가격 밑으로 매물을 내놓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어 "금리 인하 효과는 이번 계절이 지난 시점에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도 빠르면 가을, 늦어도 겨울 정도면 약발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늦어도 올겨울 안에는 매수세가 회복될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오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또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인근 중개업자는 "본 단지의 경우 주상복합보다 오피스텔 관련 수익률 문의가 더러 있었다. 주로 임대를 놓으려는 중장년층이었는데 오피스텔이 아무래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금리 민감도가 높은 상품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정부 규제와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 시점이 엇박자를 일으키는 점도 정책 방향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오히려 잠재적 투자자들의 매수 의욕을 자극하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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