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日경제, 아베 발목 잡을까

윤세미 기자입력 : 2019-07-21 12:34
실질소득 줄고 물가 제자리..아베노믹스 효과에 의문 근로통계 조작·연금 논란에 경제 정책 신뢰도 곤두박질 한일 통상갈등·소비세 인상·미일 무역협상 추가 악재로
일본 경제가 심상치 않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 대규모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 회생을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 왔지만, 경제 지표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일 통상갈등, 소비세 인상, 미·일 무역협상은 가뜩이나 불안한 일본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시행 6년째를 맞은 아베노믹스는 전례 없는 돈풀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완전고용에 근접했지만 개인의 실질소득은 되레 줄어들었고 물가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6월 1인당 임금총액은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0.6%에 그치며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물론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에 턱없이 못 미친다.

대외 악재는 일본 경제 최대 동력인 수출에 직격탄을 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에 일본의 6월 수출은 전년 대비 6.7%나 쪼그라들었다. 7개월째 감소세다. 최근 불거진 한·일 통상갈등은 수출에 또 다른 먹구름을 드리웠다.

후생노동성의 근로통계 조작, 공적연금 보장성 논란은 아베 정부의 경제 정책 신뢰도에 찬물을 뿌렸다. 이 때문인지 아베노믹스는 참의원 선거에서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아베 정부가 경제적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렵다는 방증인 셈이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도 일본 자산에 대한 투자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일본 자산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제시하며, "일본이 중국의 경제 둔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최대은행인 DBS도 일본 엔화 강세와 수출 부진을 이유로 일본 자산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안보를 내세워 여론의 눈을 '밖'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이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확실하다.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의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룬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할 태세다.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무역협상에서 농산물 수입과 자동차 수출에서 일본에 불리한 조건을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강조하면서 환율전쟁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일본에 큰 악재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을 사상 최대로 끌어올리며 경제 회생을 이끈 게 바로 아베노믹스의 돈풀기를 통한 '엔저' 효과였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일본 경제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주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공급 체인 붕괴로 인한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방일 관광객의 4분의1을 차지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할 경우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 도시는 경제적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또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8%→10%)은 일본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소비세 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소비가 얼어붙고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지는 등 일본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 경제가 가파른 하강 국면에 빠질 경우 참의원 선거 후 국정 장악력을 높여 개헌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은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일본은행이나 일본 정부가 추가 부양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일본 정부의 막대한 부채 비율이나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는 그 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즈미 드발리에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M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아베 총리 정권 아래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부양책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 현행 통화부양책을 유지하면서 재정정책의 효과적 운용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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