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 읽기…한국이 공급 줄여 가격 뛰면, 미-중이 일본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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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경희대China MBA 객원교수
입력 2019-07-1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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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교수]


“B급 강국”, 중국의 번뇌, 일본의 몽니

[전병서 스페셜 칼럼]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잠시 휴전하는 사이 한국과 일본이  반도체전쟁을 벌이고 있다. 제조업에서 최강인 중국, 무역전쟁에서는 미국에 꿀릴 게 없지만 기술과 금융에서는 여전히 “B급 강국”에 불과하고 미국과 맞붙으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시비 걸고, 기술전쟁으로 목을 조르고 금융전쟁으로 돈 털어가는 전략이다. 중국은 그래서 서둘러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고 싶어하지만 장사꾼 미국은 기술전쟁에서 중국을 잡았다 풀어주었다 하면서 돈을 챙긴다.

무기는 바로 반도체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ZTE에 반도체 판매를 금지했다가 10억 달러 벌금을 받고 풀어주었고, 화웨이에 반도체판매를 금지했다가 농산물 대량 구매와 맞바꾸었다. 그리고 다시 중국1위의 슈퍼컴퓨터 제작사인 중커슈광에 반도체판매를 중단시켰다. 반도체 없는 중국, 제갈량이 남만의 맹획을 7번 잡았다 7번 풀어준 “칠종칠금(七縱七擒)” 신세다.

지금 세상은 반도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두 부류다. 반도체를 가지면 큰소리 치는 것이고 못 가지면 눈치 보는 세상이다. 그런데 반도체산업의 내부를 보면 좀 복잡하다. 미국은 장비를, 일본은 소재를, 중국은 시장을 가졌고, 한국은 공장을 가졌다.

표심에 목숨 건 일본 아베의 몽니가 한·일간의 반도체소재 전쟁을 만들었다. 아베 총리가 일본기업도 한국기업도 원하지 않는 반도체소재 금수조치로 세계 메모리반도체생산의 75%를 장악한 한국 반도체의 관절을 꺾었다.

미국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온 메모리반도체에 새 역사를 쓴 한국, 겉은 화려하지만 지금 그 속은 타 들어간다. 그간 일본을 물로 봤던 한국의 정치인들과 정부는 일본에 뒤통수 맞고 멍한 상태이고 일본을 한방에 손 들게 할 '신의 한수'는 없이 말 대포만 쏘고 있다. 정치인들의 헛발질에 기업이 희생양이 되었다.

글로벌공급체계(GSC) 함부로 손대면 다친다

패권국 미국은 글로벌공급체계(Global Supply Chain)를 손상시켜도 패권국 쇠주먹의 힘으로 정당화하고 누를 수 있다. 하지만 G3에 불과한 일본이 미국 흉내를 내 반도체의 글로벌공급체계를 손대 G1, G2의 이익을 손상시키면 다친다.

일본의 정치적 이유가 농후한 반도체소재에서 몽니는 한국이 아무리 얘기해 봐야 결론이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는 센 미국과 중국의 주먹이 특효약이다.

한국. 일본과 협상노력은 더 해야 하겠지만 일본의 소재공급중단을 핑계로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30%만 줄이면 반도체가격은 폭등할 수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75%를 생산하는 한국이 생산량을 30% 줄여 공급부족 상황을 만들어 가격이 두배로 뛴다면 반도체 생산자는 화장실에서 웃을 수 있다.

ICT 기기의 세계 최대생산자 중국과 소비자 미국은 가만 앉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메모리 가격 폭등의 배경이 일본 때문이라면 글로벌ICT산업의 공급체계를 흔든 일본을 손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치인들은 경제적 이익이 없더라도 정치적 이익이 있으면 국가이익을 희생하고라도 정책을 밀어붙이는 속성이 있다. 한·일의 반도체소재 전쟁은 결국 정치적인 결자해지의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고 피해액이다. 악마는 항상 약한 놈부터 잡아 먹는다. 한·중·일 삼국 중에서, 가장 약한 한국에 피해가 가장 먼저 오게 되어 있다. 정치와 외교는 타이밍의 예술이고, 타이밍을 놓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는다.

단기적으로 이길 승산이 없다면 싸움하는 법보다 타협하는 법을 터득하고 힘을 기르는 것이 상책이다. 힘도 없으면서 주먹 내밀면 코피만 터진다. 도광양회(韬光养晦)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대일관계에서 한국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아베가 한국 반도체산업에 준 두가지 교훈

사마천의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이런 말이 나온다. 대개 서민들은 “상대방의 부(富)가 자기 것의 10배가 되면 그에게 욕을 하지만 100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 한다” 한국이 지금 중국과 일본에 대해 겪는 수모와 공포는 일본의 1/3, 중국의 1/10에 불과한 경제규모 탓이다.

날로 강해지는 중국을 머리에 두고 영악한 일본을 발 아래 두고 사는 한국, 물로 보던 중국과 일본에 대해 사드사태와 반도체사태로 공중증(恐中症), 공일증(恐日症)이 생길 지경이다. 한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강대국으로 인정하고 장기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G3 일본은 G12인 한국이 조심하지 않으면 당한다.

21세기를 주도하는 ICT산업의 핵심은 반도체이고 반도체가 한국의 대미, 대중, 대일관계에서 “최종병기 활”이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흉내 낸 아베의 대 한국 반도체소재 수출제재는 한국에 두가지 큰 교훈을 주었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컨베이어벨트형 근육산업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형 소재산업이 진짜 경쟁력이란 걸 알려주었다. 한국에게 장비,재료,소재의 국산화 없이는 언제든 일본에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해 주었다.

그러나 기술은 시장을 못 이긴다. 일본과 말싸움하는 것은 의미 없다. 일본의 소재, 한국에 팔지 못하면 결국 큰 손해를 본다.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는 심정으로 제재대상 반도체소재를 기업, 정부, 학교, 연구소가 합심해 6개월, 1년 내에 국산화하는 것을 보여주면 그게 가장 좋은 해법이다. 일본은 시장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 스스로 제재를 풀 수밖에 없다.

둘째는 반도체산업에서 대중전략의 답을 주었다. 미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반도체의 기러기는 이미 중국으로 날아가고 있다. 산업의 국제적 이전은 피할 수 없다. 언젠가는 중국으로 반도체산업은 넘겨야 할지라도 소재와 장비산업을 가지면 중국을 꼼짝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등이지만 장비, 재료, 소재는 세계 TOP10 안에 들어가는 기업이 단 하나도 없는 기막힌 산업 생태계를 반성해야 한다. 반도체 대기업이 하청기업이 크면 대기업을 위협할 가능성에 견제하는 바람에 고만고만한 구멍가게로 전락시킨 후유증을 지금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빨리 반도체 생태계를 손보고, 세계 최대로 커지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재료, 소재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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