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위해 뭉친 日언론...'수출관리 강화' 정당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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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7-1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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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규제 철회 등 촉구했던 진보언론도 日정부 '명분' 뒷받침

  • 아베 정권서 日언론자유 32위서 67위로 추락 '정부 쏠림' 비판도

한·일 갈등을 극단으로 몰아붙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소식은 지난달 30일 극우성향 일본 산케이신문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신문은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일본 정부가 한국에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출규제 일정과 품목 등이 매우 구체적이었던 산케이의 보도는 이튿날 일본 정부의 발표로 현실이 됐다. 

몇몇 일본 언론들이 처음 제기한 우려는 이내 수그러들었고, 주요 매체들의 어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성 '수출규제' 강화가 아니라, '부적절한 사안'에 따른 '수출관리' 강화라는 일본 정부의 명분을 정당화하는 쪽으로 말이다. '자유무역'을 강조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트럼프화'를 문제삼는 외신들의 비판에 '제대로 된 보도'로 맞서겠다고 나선 일본 언론들은 국익을 위해 똘똘 뭉치는 생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P·연합뉴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산케이는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를 옹호하며, 정부 조치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수출규제 발표 이튿날인 2일에는 '주장(사설)'을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 엄격화는 부당하지 않은 국가의 의사"라고 강조했다. 산케이의 관련 '주장'은 11일과 15일에도 이어졌다. 이를 통해 신문은 한국에 쓸데없는 비난을 거두고, 부정수출에 책임 있는 행동을 먼저 달라고 촉구했다.

보수언론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에는 '문 정권의 일본 비판은 착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의 조치를 정치적, 경제적인 동기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국 정부가 논점을 바꿔서 일본을 비판하는 자세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문제시하는 것은 한국의 수출관리"라며 "한국이 자국의 수출관리 체제를 검증해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 웹사이트 메인화면[사진=산케이신문 웹사이트 캡처]


반면 진보성향 매체들은 이번 조치의 부당성을 문제 삼거나 부작용을 경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사설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보복 조치의 철회를 촉구했고, 마이니치신문은 이튿날 역시 사설을 통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통상국가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중립성이 짙은 일본 최대 경제지 니혼게이자신문은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지난 1일 낸 사설에서 한국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응수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주목할 건 산케이신문 계열인 후지TV가 지난 10일 한국에서 4년간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의 밀수출이 156차례 적발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보도하면서 일본 언론들의 쏠림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산케이, 요미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니혼게이자이와 아사히, 마이니치뿐 아니라 다른 군소매체들도 일제히 후지TV의 보도를 추종하며 정부 편들기에 나섰다.

이후 일본 언론들은 '수출규제'와 '수출관리'라는 말을 가려 쓰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를 강화하게 된 배경 등을 보다 상세히 다뤘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의 '아베의 트럼프화' 비판을 경계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일본 정부의 자제를 촉구했던 니혼게이자이신문 계열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지난 11일 전문가 대담을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절차 우대제도인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배경과 함께 자세하게 설명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출신인 호소가와 마사히코 일본 주부대 특임교수는 대담자로 나서 일본이 정당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더 호소해야 한다며, 한국에 대한 일련의 조치를 미국의 화웨이 제재나 중국의 희토류 수출규제와 동일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5일 야마다 다카오 특별편집위원의 기명 칼럼을 통해 "많은 일본인이 문재인 정권에 대해 불신을 안고 있다"며 "(한국과의) 융화를 서두르지 않고 불신을 명확하게 전달해 (양국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첫걸음이 된다면 이번 수출 규제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2012년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일본 언론들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4월 발표한 일본의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는 67위다. 2011년(32위)에 비해 두 배 넘게 추락했다. 한국은 올해 4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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