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재지정 취소 후폭풍…‘교육 공공성 강화’ vs ‘자사고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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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7-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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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교육청 13개 자사고 중 8개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

  • 경희, 배재, 세화, 숭문, 신일,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탈락

  • 자사고 단체·학부모들, 청문 후 교육부 동의하면 소송 등 집단행동 예고

  •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전교조, 사걱세 등 교육 공공성 강화 지지하며 자사고 전체 폐지 요구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후 후폭풍이 거세다. 자사고 학부모들과 사립학교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자사고를 죽이기 위한 짜맞추기식 평가였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8개교가 아닌 평가대상 13교 전부를 탈락시켰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가항목도 세부 점수도 밝히지 않은 서울시교육청의 ‘깜깜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은 양분된 교육현장 모두의 지탄을 받고 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 조희연 교육감 사퇴 등을 요구했다.[사진=연합뉴스]

자사고 단체와 사립학교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적성과 능력에 맞는 교육 받을 권리를 박탈하며, 헌법과 법령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자사고 폐지를 위한 교육정책의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이번 평가는) 합리적 근거도 없이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와 일반고 황폐화를 부추긴다며 폐지를 위한 평가”였다고 비판했다.

자사고 학교장, 학부모, 동문으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공동체연합도 이번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평가기준 설정, 평가위원 선정 등 평가 전반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라며 “평가를 빙자한 자사고 폐지 기도를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자사고 존폐 논란은 학교 각각의 재지정 여부를 넘어 고교체제를 정권과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좌우하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고교체제를 지금처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할 것이 아니라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교육법정주의 확립’을 자사고 존폐 논란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진보 성향 교육단체들도 이번 지정 취소에 대해 아쉬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표출했다. 교육단체 사교육없는세상은 “자사고로서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하고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지 못했음이 확인된 서울 자사고 8개에 대한 재지정 취소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였지만 “이번 재지정평가에 선행교육 위반사항을 반영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태도가 일부 자격이 없는 자사고에 5년간 그 지위를 다시 보장해 줬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지난 9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자사고 폐지를 주장했다.[사진=윤상민 기자]

진보적 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도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 결과, 재지정 평가에 통과한 학교들에게 5년의 운영 정당성만 부여하고 학교의 희소성을 높여 특권만 심화시킨 꼴”이라며 “교육부가 책임지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 3조항 폐지와 자사고 제도 일몰을 요청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32개 단체가 속한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도 성명서를 내고 “이번에 지정 취소된 8개교 중 7개교는 이미 2014년에 60점 미만으로 지정취소가 예고됐던 학교”였다며 “결국 1개교만 추가로 취소한 것에 불과한데 이것이 바로 자사고 봐주기 평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퇴진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퇴직교사 1000여명이 모인 전국참교육동지회는 “특권학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이처럼 지리멸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 미이행과 시도교육청에 대한 책임 전가에 따른 것”이라며 전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대학 평준화를 촉구했다.

양분된 교육계에서 이번 재지정 취소 결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종 재지정 취소 여부를 놓고 학교와 해당교육청, 교육부 간 소송까지 예고돼 있어 앞으로 학교, 학생, 학부모의 혼란과 피해는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8개 학교에 대해 이달 22일부터 24일까지 청문을 열고 26일 교육부의 동의를 요청한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일반고로 전환된다.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신입생은 일반고생이고 재학생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생 신분을 유지한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지만 신입생과 재학생의 등록금은 3배 가량 차이가 나 학부모들의 반발도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에는 5년간 총 20억원의 추가 재정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당분간 불가피하게 ‘한 지붕 2학교’ 체제를 겪는 학교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자사고 재지정 취소 사태가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이하 특목고)로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2020년 재지정평가를 앞둔 서울 소재 특목고는 대원외고·대일외고·명덕외고·서울외고·이화외고·한영외고(이상 외국어고), 한성과학고·세종과학고(이상 과학고), 서울국제고, 서울체육고 등 총 10개교다. 고교 체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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