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영암사건으로 본 베트남 국제결혼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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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7-1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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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남편 폭력사건으로 베트남 여론 일파만파?

  • 주요언론 국제결혼 추이변화 외면한 채 여론 부풀리기 보도 줄이어

  • ‘폭력 vs 약자’ 프레임 씌워 베트남 국제결혼 이미지 더욱 고착화

  • 젊은층 중심 새로운 결혼문화 이끌어...'코리안드림' 없는 국제결혼

한국과 베트남 국기[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한국인 남성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외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내언론들은 일제히 가해자인 남편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베트남 언론도 한국 주요언론들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전달하며 비난 여론을 현지에서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이 주취폭력과 상습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언론들은 9년 전 정신이상자였던 한국인 남편에게 죽은 베트남 아내 사건과도 오버랩시키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남편의 편집증적 증세와 가혹한 폭력성에 ‘어떻게 맞았다’ ‘몇 대를 맞았다’ ‘복싱을 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 행위까지도 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제결혼의 프레임을 벗어난 새로운 목소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베트남 국제결혼이 아닌 폭력은 일반가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실이라는 목소리는 ‘베트남 vs 한국’이라는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사라지기 일쑤다. 심지어 모든 한국남자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주장하기라도 하듯 한국의 이낙연 총리가 직접 나와 유감을 표명할 정도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국제결혼의 변화를 목도하는 시각은 전무하다.

◆'농촌총각 장가가세요' 평균나이 20년차 등 편견불식이 우선
베트남인 서울경기권 가장 많이 거주...최근 '연애커플 다수' 한국대사관 검증강화도 '한몫'


베트남 국제결혼 보도에 항상 뒤따르는 것이 사회적 강자와 약자의 프레임이다. 이주여성들은 소위 인권의 사각지대이자 보살핌의 약한 존재라는 것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물론 결혼이주자이자 이민자로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돕기 위해서 주변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베트남 국제결혼에 대해 아는 상식은 얼마나 될까? 베트남 국제결혼은 정말 일주일짜리 속성결혼인가.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정말 시골인가. 베트남 여성과 한국인 남성의 나이차는 20세 이상의 아버지와 딸과 같은 수준인가.

베트남 하노이대사관에 따르면 최근 결혼비자를 발급받는 한베커플들의 평균 교제 기간은 평균 6개월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이민자 중 베트남인은 서울, 경기권이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통계청 추산 평균 나이차이는 남녀 배우자를 포함해 6~7세 정도다.

실제 면면을 보면 우리가 흔히 아는 베트남 결혼의 편견들이 모두 사실은 아닌 부분이 상당하다. 소위 ‘농촌총각 장가가세요’라는 한국·베트남 커플의 인식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결과다.

심상원 호찌민한베가족협회 회장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뿌리깊은 인식이 존재한다”며 “언론에서도 이를 국제결혼이라는 프레임에 씌워 더 자극적으로 보도하니 더 문제다. 이를 바꾸어야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길거리에서 담배 공초를 버린 누군가를 봤다고 흡연자는 다 저렇다는 식으로 전부를 매도하는 것처럼 국제커플에게는 너무도 쉽게 부정적인 측면만 일반화 굴레에 씌워 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멀쩡히 지내는 한·베커플들은 항상 오해의 편견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베트남인 배우자와 결혼 10년 차라는 장한진씨(49)는 “베트남 국제결혼 관련 좋지않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모두들 내게 내 상황은 어떠냐 묻는다”며 “이를 일일이 응대하고 신경써야 하는 것도 상당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한·베커플은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오히려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주변의 시선에 오히려 위축되기 십상이다.

심 회장은 “아마도 이번 사건도 남녀 간에 나이차가 많이 나고 만약 업체의 중매결혼이었다면 여론 공격성은 더 날카로워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대가성이 존재하는 중매결혼업은 국제결혼에서 항상 암초 같은 존재다. 중매결혼은 여전히 인스턴트식 결혼을 양성하며 소위 불안한 한·베가정을 양산해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듀오나 선우 같은 결혼중개업이 합법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엄연한 불법이다. 베트남에서는 만남의 당사자들에 소개나 임의 만남을 주선해도 대가가 따르는 교제는 법으로 금하고 있다.

이에 한국 대사관도 최근 결혼비자 심사를 강화하고 한국어 교육을 필히 이수하게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정부 또한 대가성이 따르는 국제결혼은 불법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심 회장은 “과거 베트남에서 무차별적인 중매결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또 불법중매결혼도 숫자가 상당히 줄었다. 이제 막무가내식 결혼은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통계청 최근 인구조사자료에 근거하면 한국인 배우자의 나이가 급격히 낮아지면서 대도시 거주, 고학력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심 회장은 “예전에는 ‘베트남 시골출신이 결국 한국 시골에 가서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면서 “요즘에는 베트남 여성들도 한국인 남성을 바라보는 눈 자체가 달라졌다. 이를 통해 점차 한·베커플이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국제결혼 '감추지 않는다' 유튜브 통해 본인 연애담 생중계
"베트남은 스펙트럼이 넓다"...다양한 사고방식의 그들을 맞이해야


최근 유튜브에는 다양한 국적의 국제커플이 대세다. 베트남도 우링티비, 베오티비 등 관련 유튜버 등이 성황리에 활동을 하며 관련 붐을 조성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국제연애를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며 양국문화의 장단점, 국제커플의 애로사항들을 구독자들과 나눈다. 이러한 한·베커플의 변화는 한국보다는 베트남 현지에서 먼저 감지되고 있다.

호찌민의 한 교민은 요즘 빈홈스(빈탄군 한인밀집지역) 길거리에 가보면 젊은 한·베 커플이 압도적이라며 주변만 둘러봐도 많은 한·베커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사실 한국인, 베트남인으로 커플을 규정짓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이들은 그냥 평범한 커플로 봐야지 국가주의적 관점으로 나누는 것도 한참 뒤떨어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문화가 보편화된 미국이나 호주 등지에서는 따로 국내커플과 국제커플을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공식적으로 ‘다문화가정’이나 ‘한베가정’처럼 이를 나누는 용어조차도 없다. 다만 배우자가 국적자냐 아니냐에 따라서 이민자와 시민권자로 구분할 뿐이다.

호주유학 시절 현재의 베트남인 아내를 만나 호찌민에서 가정을 꾸렸다는 A씨도 아내와 수년간 연애 후 결혼했지만 아내가 베트남 여성인지 한국여성인지 묻는 것부터가 편견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베커플은 베트남 현지에서 만난 사례, 한국에서 만난 사례, 제3국에서 만난 사례 등 다양한 사례가 있다”며 “베트남인들은 스펙트럼이 넓어 유학경험이 있는지 어디 출신인지에 따라 사고방식이 모두들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베가정인 B씨도 “아내가 항공사에 다니고 있어 근무가 불특정한 관계로 가사 일도 분담하고 아이들 양육도 공동으로 한다”며 “요즘 소위 베트남 신여성이라 불리는 대도시 베트남 여성들은 여느 선진국 여성못지않은 가치관과 자유분방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언론들에 따르면 ‘베트남 신여성(푸느떤떠이)’은 도이머이 정책 이후 경제적 풍요 속에 자란 90년대생 이후 출생 여성들을 통칭한다. 이들은 대개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주요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에 다니며 높은 소득수준과 소비패턴을 보인다.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대도시 출신이 압도적이다.

특히 외국인 남성들과의 연애에서도 결혼 후 이민이 주요 이유였다면 이제는 연애결혼 후 베트남에 남아 생활을 영위한다. 본인이 그동안 쌓아올린 사회적 위치와 직업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코리안 드림은 꿈꾸지 않는다는 애기다.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을 통해 베트남 여론을 함부로 유도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폭력중점의 보도로 한·베커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곧 한·베가정을 꾸린다는 호찌민 교민 남동형씨(34)는 “이번 사건으로 박항서 감독이 공들인 이미지가 무너진다는 그런 것들은 모두 언론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며 “이미 많은 한·베커플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도 한국사람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 베트남 정서상 하나의 일에 그렇게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분들이 문화적 차이를 지적하지만 이는 한·베가정만 아니라 모든 가정이 겪는 문제"라며 "호찌민만 해도 7000쌍 이상의 한·베가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모범적인 가정도 상당하고  각 가정마다 개개인의 성향이 있다. 이렇게 수많은 한·베가정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현지언론 VN익스프레스에 보도된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사진=VN익스프레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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