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 건물 붕괴 둘러싼 법적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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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19-07-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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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 주력

  • 원인 규명 후 민사소송 잇따를 듯

  • 철거 사전심의제 등 제도 한계 지적도

‘잠원동 건물 붕괴’가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원인 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한창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4일 발생한 잠원동 사고 관련, 공사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치상 등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경찰은 건축주, 감리·철거업체 관계자 등 7명을 입건했다. 10일에는 철거업체, 감리업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지상 5층, 지하 1층 건물의 철거 작업 도중 30t 규모의 슬래브가 붕괴되면서 인도와 차도를 덮쳤다. 차량 4대가 슬래브에 깔렸고 이 중 한 대의 차량에서 1명이 숨지고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업무상과실치사·치상죄는 형법이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며 형법 제267조에 규정돼 있다.

또한 형법은 제266조 1항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며 업무상과실치상죄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상은 반의사불벌죄이다. 부상 당한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이 혐의로 입건되는 피의자들은 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경찰은 공사 관계자들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철거현장 상주 책임이 있는 감리인 정씨가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파악, ‘상시감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정씨 대신 감리 자격증이 없는 동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감리의무 위반 여부뿐 아니라,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를 누구로 봐야할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책임자’ 격인 현장소장은 당일 고용돼 처음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찰은 사고 직전 건축주가 건축업체 관련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건물이 흔들린다’ 등 붕괴위험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 범위가 자치구청 관계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9일 업무상 과실치사·치상 등 혐의로 서초구청 담당자 3명을 포함해 건축주, 감리인, 철거업체 관계자 등 모두 7명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관계자뿐 아니라 담당 구청에 관리 소홀 등 사고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어느 정도 책임규명이 이뤄지면 처벌과 별도로 피해자 측의 민사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의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구체화되면 피해자 측은 이를 근거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사고를 두고 제도상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 1월 종로구 낙원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이후 관련 조례를 개정, 철거 사전심의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건축조례’에 따르면 지상 5층 또는 높이 13m 이상, 지상 2층 또는 깊이 5m 이상인 건물을 철거하려면 각 자치구별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에 사고가 난 건물은 심의를 통과해 공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사전심의자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적 구속력이 약해 서류상 보완책을 내놓으면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이를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난 4월 관련 법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5월 시행되지만 법 시행 전까지는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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