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저하고' 기대했던 수출, 日 규제 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노승길 기자입력 : 2019-07-08 15:47
악재 쌓이는 수출,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일본 규제 장기화로 수출 물량 10% 감소 시 경제성장률 0.6%P 하락
지난해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경제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이 늪에 빠졌다. 벌써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지난 3월께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시장 안정화에 주력했던 정부도 현재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예상을 쉽사리 입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악재는 겹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비틀대던 수출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돌발 상황까지 맞았다.

특히 일본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조치 철회를 주장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재 분야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프로젝트에 속도를 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우리나라 6월 수출액은 441억80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 감소한 액수다. 이 같은 감소 폭은 2016년 1월 -19.6%를 기록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다.

수출은 지난해 12월(-1.7%)을 시작으로 올해 1월(-6.2%), 2월(-11.4%), 3월(-8.2%), 4월(-2.0%), 5월(-9.4%)에 이어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수출 부진 원인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세계교역이 위축된 영향이 컸다. 반도체·석유화학·정유산업의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한 탓도 컸다. 반도체 단가는 33.2% 하락하고 석유화학 단가도 17.3% 떨어졌다.

상저하고를 기대했지만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악재가 겹치고 있다. 아쉬운 실적의 6월 수출동향을 발표하던 날 일본은 불화수소 등 3개 품목 대(對)한국 수출통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발표대로 일본 정부는 4일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개시했다. 3개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웨이퍼에 칠하는 감광액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한국을 우대대상에서 제외해 수출 계약별로 90일가량 걸리는 일본 정부 당국의 승인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출규제를 가했다.

문제는 반도체의 경우 한국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67억 달러, 한화 약 148조원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에 달한다.

일본 규제가 장기화해 반도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소재 수입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한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3개 품목 가운데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올해 들어 일본에서 대부분 수입했으며, 에칭가스는 중국과 일본산 수입 비중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패널용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약 1296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산이 무려 93.7%에 달했다.

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모두 사용되는 리지스트는 같은 기간 수입액 1억1266만 달러 가운데 91.9%가 일본산이었다.

일본 제재가 지속해 그 여파로 수출 물량이 10%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와 씨티 등 해외 투자은행(IB)은 국내 D램과 낸드 재고 수준이 높고, 주요 소재를 일부 비축하고 있어 수출규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소재 공급이 3개월 이상 완전히 중단될 경우에는 국내 반도체 생산과 기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생산에 하루라도 차질이 생기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면서 "재고를 선제적으로 많이 비축했거나 다른 조달처를 찾으면 영향이 한정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한편, 산업구조 변화를 위해 핵심 소재 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일단 정부는 일본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들을 뽑아낸 뒤 가장 이른 시간 안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술을 확보한 품목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상용화 단계에 있는 기술은 기업들과 협력해 실증 테스트에 들어간다. 아직 기술 개발 단계인 품목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신속 지원한다.

기재부는 최근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당장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과 소요 예산을 긴급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전략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소재 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반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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