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에 웬 장미와 엽서...'1만원' 보다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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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9-06-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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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 근로자위원 장미와 엽서 전달

  •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앞두고 노동계 무게 실어

26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근로자 위원들의 손에는 장미가 들려 있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그들은 사용자 위원과 공익 위원 모두에게 장미를 건넸다.

“웬 장미지?” 참석 위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연일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하느라 많이들 피곤하시죠.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회의를 진행하려고 노력하는데 회의가 다소 경직되게 운영된 것 같아 위원들한테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다소 무겁게 진행돼 온 회의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미에서 장미가 등장했나, 그런데 왜 근로자 위원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그때 청년 대표로 나온 김영민 근로자 위원이 박 위원장에게 엽서를 전달했다. 청년 325명의 최저임금 관련 목소리가 담긴 엽서였다.

사용자 위원 측에서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김영수 사용자 위원은 “장미에 엽서까지, 이건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항의했다.

정용주 사용자 위원도 “청년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시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은 그렇지 못해 편지 대신 회의 때 실질적인 어려움을 계속 말하겠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미와 엽서, 무슨 의미가 있기에 사용자 위원들이 이토록 반발했을까.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들이 준비한 장미꽃들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성년의 날 주고받는 장미는 성인이 된 청년에게 무한한 사랑과 열정이 계속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국내 최저임금은 청년들을 아프게 하는 장미의 가시 같은 존재다.

지난 14일 대구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국민 공청회에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과 같은 말"이라며 "어떤 아르바이트 청년은 시급 7500원에 하루 10시간을 일하는데, 이 청년에게 최저임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 대부분의 청년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라는 법정 기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비록 엽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25개 엽서에는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해 달라는 염원이 담겼을 거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위원장의 요청에도 노사는 아직 최저임금 수준이 담긴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 위원은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해 올해와 같은 ‘동결’을, 근로자 위원은 올해보다 19.8% 인상한 시급 1만원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초 요구안에 앞서 등장한 장미는 한때 매혹적이었고, 엽서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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