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슈] '미세먼지' 최악인데…'완충녹지 공단化' 손잡은 도시공사-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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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동욱 기자
입력 2019-06-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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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도시공사, '부곡·용연지구' 조성 가속도 …SK그룹 자회사 또다시 공장 입주 '사회적 가치' 경영 '구두선'

울산석유화학공단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산업단지의 밀집으로 인해 미세먼지 독성이 서울의 8배에 달한다는 울산지역에서 도심 허파 역할을 담당하는 '완충 녹지'가 깡그리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석유화학공단인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부족한 공장 용지를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총대를 매고 나선 곳은 놀랍게도 울산시의 출자 공기업인 울산도시공사다.

울산시가 수천억원의 돈을 들여가며 1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도시 숲' 조성사업을 하고 있는 한편으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공공연하게 훼손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꼴이다. 여기다가 대표적인 입주 희망업체인 SK가스와 같은 재벌그룹의 계열사 SK에너지 또한 7년 전에 이곳에 유화공장을 건설하려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는 사실이 새로 조명받으면서, 최근들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표방하고 나선 SK그룹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미포국가산단과 울산도심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도심으로 넘어오는 미세먼지와 열섬현상까지 완화시켜주면서 생물이동통로 역할까지 수행하는 '완충 녹지'를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도 SK그룹 자회사에 굳이 내주겠다는 울산시와 울산도시공사의 의중은 대체 무엇일까.

울산도시공사, 부곡동 산지 28만여평에 공단조성
해당 지역은 석유화학공단-도심 사이 '차단 녹지' 


울산시와 SK가스는 지난해 9월19일 울산에 친환경 가스복합 발전소와 폴리프로필렌(PP) 생산공장 건립 등 2조200억원 규모를 투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친환경 가스복합 발전소는 1000㎿ 1기 규모로, 남구 부곡동 일원 부지(14만2000㎡)에 2021년 공사에 들어간 뒤 2024년 준공될 예정이다.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은 연간 40만톤 상업생산을 목표로 남구 용연동 항만 배후단지에 면적 15만㎡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SK가스가 친환경 가스복합 발전소 건립 예정지로 삼은 곳은 울산도시공사가 수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부곡·용연지구 조성사업' 부지 93만9279㎡(28만4000여평) 가운데 일부다.

전체 조성 부지 가운데 3분의 1 가량은 효성과 한전의 사업용지로 이미 정해진 상태다. 지난해부터 나머지 60만4220㎡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SK가스와 S-oil이 지난해 6월 입주 의향서를 제출했다.

해당 부지는 울산형 미세먼지의 주된 진원지인 석유화학공단을 끼고 있는 '숲 지대'다. 여의도공원(7만평) 4배에 달하는 이 지역은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되는 각종 발암물질과 고농도 미세먼지가 도심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단 녹지'로서 일종의 '도심 허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울산도시공사의 계획 대로 공사가 완료되면 미포산단 녹지비율이 현재 8.45% 수준에서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 도심 완충 녹지 자체가 공단으로 변모하게 된다.

이처럼 천혜의 '차단 녹지대'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울산시가 지난 2월부터 1000만 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어, 시민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울산시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올해 145만 그루(298억원)를 비롯해 2020년 126만 그루(265억원), 2028년 75만 그루(142억원) 등 연도별 세부계획 아래 모두 2000억원을 들여 모두 1000만 그루를 향후 10년 안에 심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유력 신문인 경상일보는 지난 3월21일자 사설에서 구군별 보여주기 식 식목행사의 행태를 지적한 뒤 "1000만 그루 남무심기 식목행사를 보면, 이 행사를 왜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지경"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 신문은 "울산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울산미포공단와 온산공단에서 발생한다"며 "온산공단(녹지비율 2.8%)과 울산미포공단(8.45%)의 녹지비율을 높이든지 국가산단 내에 오히려 더 집중적인 나무심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1천만 그루 나무심기 '이중적 행보'
환경단체 반발 속···SK그룹, 향후 선택 '관심'


울산시의 이중적 행보 속에, 산림 녹지대를 굳이 공장부지로 탈바꿈시키려는 SK그룹 노력 또한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SK그룹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2012년에 2500억원을 들여 현재 '부곡·용연지구 조성사업' 부지 일원에 유화공장 건설을 짓기로 하고,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던 중 반발에 봉착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재벌그룹사의 같은 자회사가 도심 오염을 차단하는 산림지대를 공단으로 변모시키려고 7년 만에 또다시 울산시 등과 손잡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SK그룹은 올해초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나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더블보텀라인'(DBL)을 계열사에 독려하고 있다.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울산도시공사의 '부곡·용연지구 조성사업'에 대해, 환경단체인 울산생명의숲 관계자는 "이곳 완충녹지가 사라지면, 석유공단의 악취나 오염이 삼산동 주거지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근지역 장생포발전협의회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공해와 환경오염 터로 변화되는 상황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SK그룹는 오는 25일 경기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과 주요 계열사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9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SK그룹의 확대경영회의는 최태원 회장이 계열사 CEO들을 한 자리에 모아 기업경영에 관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요 창구라는 점에서, 향후 SK가스가 최종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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