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화폐' 된 5만원권… '지하경제 주범' 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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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6-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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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 5만원권 98.3조원…전체 유통 지폐 중 약 85% 차지

5만원권이 발행 10년 만에 '일상의 화폐'로 자리잡았다. 시중에서 100만원 중 약 85만원이 5만원권으로 유통될 정도다. 하지만 재산은닉·뇌물·탈세 등의 용도로도 쓰이며 '지하경제의 주범'이라는 오명에선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6월 23일 발행하기 시작한 5만원권의 유통액은 지난달 기준 98조3000억원이다. 1000·5000·1만원권 등 전체 유통 지폐 중 84.6%에 이르는 수치다. 시중에 100만원이 풀려 있다면 84만6000원이 5만원권으로 돌아다닌다는 얘기다.

장수 기준으로는 19억7000만장이 유통돼 전체의 36.9%를 차지한다. 금액 및 장수 모두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5만원권이 발행 10년 만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화폐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실제로 5만원권 사용률은 증가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0가구 중 9가구(89.2%)가 5만원권을 사용했으며 월평균 사용 빈도는 4.6회였다. 3년 전 국내 전체 가계 중 84.5%가 월 4.3회 이용한 것과 비교하면, 5만원권 사용 가구 및 빈도는 모두 늘어났다.

특히 5만원권은 1만원권 못지않게 거래용으로 쓰이고 있다. 국민이 보유한 현금 가운데 거래 목적으로 5만원권을 가진 비중은 43.5%로, 1만원권(45.5%)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5만원권은 일상적 화폐로 자리 잡았지만, '지하경제'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은행으로 다시 돌아온 5만원권 비율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만원권의 누적 환수율은 50%에 그쳤다. 환수율은 시중에 풀린 발행액 대비 한국은행으로 돌아온 환수액 비중이다. 보통 시중에 풀린 돈은 가계에서 기업, 은행을 거쳐 다시 한국은행으로 환수된다.

즉, 지난 10년간 196조7000억원이 발행됐는데 이 중 절반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누적 환수율이 99%에 달하는 1만원권과 대비된다.

실제 5만원권은 '지하경제'에서 주로 쓰인다. 지난달 적발된 고액 탈세자 중엔 집안 싱크대에 5만원권으로 5억원을 숨겼다가 걸린 바 있다. 이밖에 각종 뇌물수수나 비자금 조성 등의 부정부패 사건 때도 5만원권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각에선 최근 논란이 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을 고액자산가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화폐교환으로 지하경제 자금을 양성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란 주장도 나온다. 1000원을 1원으로 화폐단위를 낮추면 구권을 신권으로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환수되지 않은 5만원권이 양지로 나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하는 건 섣부르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5만원권의 환수율이 여전히 낮은 건 사실이지만,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지하경제는 어느 국가에서나 존재한다. 5만원권 탄생으로 시민들의 거래 편의성이 높아진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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