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고무바닥에 발암물질 어쩌나…모랫바닥 4배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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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6-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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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연구팀, 서울시내 놀이터 15곳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분석해

  • ‘몬테카를로 평가’로는 10.2배 높아

놀이터 고무바닥에 함유된 발암물질의 양이 모랫바닥의 4배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권정환 교수팀은 바닥 겉면이 고무로 돼 있는 어린이 놀이터의 먼지 속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모래만으로 이뤄진 놀이터의 토양·먼지 속보다 평균 4.3배 많이 들어 있다는 연구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포함하고 있다. 권정환 교수팀은 서울 시내 어린이 놀이터 15곳 중 고무 표층을 설치한 놀이터(10곳)와 고무 표층 없이 모래로 된 놀이터(5곳)의 지표 토양 및 먼지 샘플을 수집해 PAHs 농도를 측정해 이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지구화학과 건강’(Environmental Geochemistry and Health)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노원구 공릉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내 '기억놀이터'[사진=연합뉴스]

분석결과 전체 놀이터에서 벤조피렌을 비롯해 나프탈렌, 아세나프틸렌, 페난트렌, 안트라센 등 총 16종의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2.82∼57.93㎍/g 농도 수준에서 검출됐다.

연구팀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자량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경우 주로 차량의 배기가스나 화석연료의 연소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분자량이 적으면 자연환경에서 분해되지만, 벤젠고리 수가 증가해 분자량이 커지면 먼지 등에 흡착돼 오래 남아 있게 된다. 그만큼 인체에 유입될 우려가 커지는 셈이다.

이 논문을 보면 고무표층이 처리된 놀이터의 토양과 먼지에서 검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평균 농도는 18.1㎍/g(4.91∼57.93)으로 모래 놀이터의 4.18㎍/g(2.82∼6.46)보다 4.3배가량 높았다.

이는 고무바닥 놀이터의 토양과 먼지가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를 더 잘 흡수할 수 있는 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추정이다.

특히 환경 유해 요인의 위해성을 계산하는 ‘몬테카를로 평가’로 고무 표층이 처리된 놀이터의 발암 위해도와 모래 놀이터에서의 발암 위해도에 비교한 결과 고무 표층 놀이터의 위해도가 10.2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연구팀은 이런 비교 수치가 놀이터 표층의 토양과 먼지 입자를 섭취하거나 호흡할 때 여기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모두 체내로 흡수된다는 ‘최악의 조건’을 가정했다는 단서를 달았다.

권정환 교수는 “이 연구는 단순히 위해성만을 평가한 것”이라며 “실제 두 놀이터 간 발암 위험성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놀이터에서 검출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유해성이 이 정도로 추정된다면 당연히 고무바닥을 걷어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하지만, 모래의 경우에도 중금속 오염도 등 측면에서는 또 다른 유해성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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