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당분간 오름세...연말까지 계속되기엔 동력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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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6-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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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2개월 전부터 저점 인식에 과감한 매수 나선 계층 증가 추세"

  • 강남 재건축이 오름세 주도...전주 0.28% 상승 올들어 최고치 기록

  • 일반 상승률 0.03% 대비 10배 수준...전문가 다수 "상승세 지속 어려울 것"

  • "사업 위축, 분양가 통제 등 상황서 막연한 공급부족 심리적 기대감이 시장 자극"

  • 국토부 "저가 매물 소진 따른 일시 현상...대책 마련 없이 모니터링 주력할 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서울 집값이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당분간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연말까지 급상승세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중개업소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서울 집값에 대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지난주 강남구 아파트값이 약 8개월 만에 처음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 하반기 서울 전체 주택 시장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주택시장 선행지표로 기능하는 재건축을 중심으로 매물이 팔리면서 일대 기대심리가 빠르게 고조되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재건축과 관련한 거미줄 규제가 여전하고, 일부 저가 매물만 소진됐다는 점에서 재건축 중심의 강남구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 역시 당장 대책 카드를 꺼내기보다는 향후 주택 시장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0일 기준으로 조사해 발표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0.02%로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34주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 감정원 측은 이에 대해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보미도맨션' 등 재건축 단지 상승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시세 상승 추이는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통계를 살펴볼 경우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이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은 이미 지난 4월 26일 0.03%로 상승 반전해 이달 14일까지 0.14%로 8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상승폭 또한 확대됐다.

특히 강남구 재건축은 이미 4월 5일 처음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고 지난주 0.28%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아파트 상승률 0.03%에 비하면 무려 10배 수준에 달한다. 재건축 상승 폭이 일반아파트에 비해 현저히 높다. 최근 강남구 집값 상승세는 재건축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강남구 일대 재건축 현장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상승 조짐은 이미 2개월 전부터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마 전용면적 76.79㎡는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직전 18억5000만원까지 실거래됐으나, 이후 거래 냉각이 심화되며 올해 1월 14억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후 3월 들어 15억원대까지 가격을 회복한 후 지난달 17억1000만까지 거래되며 전 고점에 근접했다.

또 9·13 대책 직전 26억7000만원까지 실거래됐던 한보미도맨션 1차 전용 128.01㎡도 올해 3월 21억450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25억원까지 가격이 회복됐다.

이를 반영하듯 강남구 거래량은 올해 봄 이후 증가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은마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거래량이 2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봄 이사철을 맞으면서 지난 3월 18건, 4월 13건 등으로 거래량이 다소 증가했다.

대치동 일대 M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9·13 대책 이후 은마를 비롯한 상당수 재건축 단지 낙폭이 워낙 컸다. 올해 들어 저점이라 인식하고 과감히 매수에 나선 계층이 많다"며 "'현재 재건축 관련 규제가 워낙 많으니, 오히려 향후 추가되는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역발상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재인 재건축에 대한 문의가 급증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한적이긴 하지만 3기 신도시 발표로 서울 강남권 공급 부족 우려가 대두된 점도 재건축 강세의 요인인 것 같다. 역설적으로 3기 신도시가 강남 아파트의 가치를 더 부각시킨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대세로 굳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최근 일부 지역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돼 적어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강남권 집값 오름세는 막연한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일 뿐 이 오름세를 지속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에 대한 각종 정부 규제와 분양가 통제 속에서 3기 신도시 추진, 금리 인하 움직임 등으로 강남권에 공급이 부족해 희소가치를 키우고 이에 따라 강남권, 나아가 서울 전역의 집값을 계속 자극할 것이란 주장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전체 주택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강남 재건축이 상승한 점은 분명 간과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서울 전체 강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현재도 강남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상당하고,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 재건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점도 장기적으로 재건축 시장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작년 9·13 대책 이후 재건축 매물이 저가에 많이 출시됐고 금리 인하 문제도 겹치면서 수요층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의 거듭된 규제로 시장 참여자들이 받아들이는 심리적 충격도 과거보다 다소 완화됐다"며 "다만 재건축 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동력이 없어 이 같은 움직임이 연말까지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면서 당정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단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강남 집값 반등 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고 시사한 상태다. 다만 정부는 강남권 일대 모니터링을 지속하되, 아직 추가 대책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강남구 상승세는 일부 재건축 단지 거래 증가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전히 상당수 단지들은 매물이 적체돼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권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될 정도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추가 대책 마련에 대해서도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다만 강남 주택시장 모니터링은 면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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