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분석 14] 두산그룹, 또 바뀌는 사업구조...문제는 속도

이성규 기자입력 : 2019-06-09 15:26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연료전지·소재로 변화 시동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출처:두산그룹]]

[데일리동방]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몇 년간 두산그룹 ‘위기설’은 끊이지 않았다. 대내외 문제가 영향을 미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고 자구노력은 지속됐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위기론도 마침표를 찍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건설 어닝쇼크는 다시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두산건설은 (주)두산의 손자회사다. 두산건설 문제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계열사간 얽히고설킨 연계성이다. 또 다른 손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약점: 부족한 위기 대응 능력

두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일산 제니스 1646억원, 천안 청당 361억원, 용인 삼가 208억원 등 영업자산에 대한 대손상각이 주요 원인이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552%로 치솟았다.

정크(BB급 이하) 수준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만큼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대안은 유상증자였지만 모집금액은 기존 4200억원에서 3150억원으로 줄었다. 이중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참여한 규모는 3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산중공업도 유증을 통해 4718억원을 끌어모았다. 사실상 두산건설을 위해 희생을 한 셈이다. 문제는 두산건설의 불투명한 미래다. 일산 제니스 손실은 상당 규모 인식됐지만 추가손실 가능성이 남아있다. 미분양물량 중 상당부문이 선호도가 낮은 대형평수로 구성된 가운데 주택경기는 하락세다.

두산중공업의 체력이 탄탄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실적이 저하되고 있다. 두산건설에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 두산중공업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두산그룹에 '돌려막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한 곳이라도 자금조달 여력이 저하되거나 막히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다.

강점: 대규모 사업구조 전환 능력

두산그룹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두산인프라코어와 그 자회사 두산밥캣이다. 비록 체력은 약해졌지만 두산중공업도 주력 계열사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 두산그룹의 체질을 변화시킨 주체들이 할 수 있다.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밥캣(현 두산밥캣) 등이 그 전신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두산그룹은 두산음료, OB맥주 등을 앞세운 소비재기업에 더 가까웠다. 불과 10년 만에 DNA를 완전히 바꾼 셈이다.

모든 기업들이 변화를 시도하지만 대대적으로 사업구조를 탈바꿈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과만을 놓고 볼 때, 두산의 중공업그룹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순 없지만 그 추진력만큼은 인정할만하다.

최근 (주)두산은 인적분할을 통해 연료전지사업(두산퓨어셀)과 소재사업(두산솔루스)을 새로 출범시켰다. 지주사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분사 후 상장을 노린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두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주)두산이 자회사 두산중공업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탄탄한 이유다.

(주)두산의 자체 자금조달력도 약화된 상황에서 두산퓨어셀과 두산솔루스가 상장된다면 숨통이 트인다. 실적 개선을 동반한 (주)두산의 가치가 상승한다면 단연 시장 접근성도 높아진다. 체질 개선을 통해 다시 그룹 DNA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또 한 번의 대대적 변화를 시도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기회: 거스를 수 없는 재생에너지 시대

최근 몇 년간 정부 정책에 가장 민감한 기업을 꼽으라면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탈원전 정책으로 수익성이 급감한 후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지난 4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늘리고 석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은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생에너지는 오는 2040년까지 발전비중을 30~35%까지 확대한다. 노후원전 수명은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탈원전을 공식화했다.

두산그룹 입장에선 원전 관련 반전은 없었다. 다만, 재생에너지 정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두산중공업은 (주)두산 자회사이자 탈원전·탈석탄 피해 직격탄을 맞은 만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당분간 전무한 셈이다.

그러나 듀산퓨어셀과 두산솔루스의 사업 환경에는 우호적일 전망이다. 재생에너지는 환경문제 등으로부터 출발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돼가고 있다.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가 두산퓨어셀, 두산솔루스 등으로 바뀐다면 실적을 기반으로 한 중공업 부문 연착륙도 가능해진다. 현재 두산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돈’이기 때문이다.

위협: 빠른 산업 변화, 적응력 ‘속도’ 문제

두산그룹을 둘러싼 긍정, 부정 전망이 공존하고 있지만 시간상으로 보면 위기 타계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통상 실적 개선은 더디게 나타나는 반면, 악화는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주산은 전자, 모트롤, 산업차량, 정보통신, 기타(연료전지, 면세점, 쇼핑몰 운영·임대 등)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자와 산업차량에서 캡티브(계열물량) 수요 등을 기반으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2017년 이후 배당수익이 축소되면서 지주부문 영업이익은 낮아졌으나 자체 사업실적이 개선으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면세사업도 흑자전환하는 등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배당이 중단되고 과거 주요배당수입원이었던 디아이피홀딩스와 두타몰을 흡수합병하면서 올해 영업이익 저하는 불가피하다.

신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고 외형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타 부문이 뒷받침된다면 ‘체력’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현재 두산그룹 입장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글로벌 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공격적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시장 선점도 쉽지 않다. 수익확보와 연착륙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두산그룹 입장에서 산업의 빠른 변화는 달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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