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모두와 꼬였다, '주변국 외교패싱'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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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19-06-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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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교수 ]


한반도 외교의 기상예보가 심상치 않다.  봄은 멀어진 듯하고 이제 먹구름을 동반한 사상 최대의 폭우가 예상된다. 폭우의 자연스러운 결과는 홍수다. 홍수의 원인은 상승하는 수위에 대한 방제의 실패에 있다. 즉, 인재(人災)라는 뜻이다. 인재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가장 자주 쓰이는 변명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위가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예보가 엇나갔기 때문에 돌발적 변수에 미리 대응할 겨를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수방관을 자인하는 안일함의 방증이다. 최근 언론지상에서는 한국 외교가 사상 최대의 폭우를 맞이하여 물난리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 주변의 기압골의 형성과 변화를 관찰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만 증폭시키고 있다. ‘설마’ 하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채 수수방관하는 모양세다. 무사안일주의와 수수방관의 결합체는 ‘인재(人災)’다. ‘인재(人災)’가 말 그대로 사람에 의해 발생한 재앙이자 재난인 만큼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만이 예방할 수 있고 막을 수 있다.
결국 외교적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재(人才)’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人才)’의 발굴은 ‘인재(人才)’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는 ‘인재(人才)’를 선발하는 이가 열린 마음과 눈과 귀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경청해주고 존중할 줄 아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전제로 한다.

지금의 정부 당국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모든 국가와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나빴던 적이 없었다. 문제는 우리의 주변국과의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더 악화된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악화일로에 빠진 한·미관계, 한·중관계와 한·일관계를 전환시켜줄 수 있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서이다.

오히려 더 많은 악재들이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올 것이라는 경고성 예보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는 경제를 포함한 우리의 국익뿐 아니라 남북관계,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의 입지와 영향력만 급속히 감축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미관계는 ‘기밀누설’이라는 문제로 그 진상이 드러났다. 단순한 기강 해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장의 조직 장악 능력의 문제도 아니었다. 이 모든 발단은 한·미 정상과 국가 간에 문제가 존재한다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된 사실에 있다. 역으로, 정부 당국도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소홀했다.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회담(2월 28일) 이후 4월 11일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이 이의 방증이다.
두 정상 간의 독대 시간이 2분이 됐든 단독회담이 외교부의 말대로 15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났든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우리나라 최고지도자의 외교 행보에 목적의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무엇 때문에 워싱턴으로 달려갔는가. 더군다나 우리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달 말에 일본에서 개최되는 G20회의를 전후하여 서울 방문을 왜 요청했는가. 소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까닭을 알기는 만무하다.

더 암담한 것은 미국의 외교적 압박이 예견되는 현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 의사를 밝히라고 압박한다.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에 대한 입장과 지지 여부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 난감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이 또다시 관세보복전으로 전환되면서 미국의 통상 공세가 거칠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기술안보’의 명목 하에 동맹국과 우방에 중국이 생산하는 첨단기술제품의 사용 금지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우리의 결정 여부에 따라 사드사태에 버금가는 경제보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닐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우리의 결정은 미·중 두 나라를 모두 만족시킬 수 없어 어느 한 나라의 보복에 대비해야 한다.

한·일관계 역시 의문투성이다. 국가 간의 합의 파기 문제가 아니다. 우리 법원의 판결 문제도 아니다. G20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의제 설정 문제를 터부시하는 게 문제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행위 자체가 ‘친일파’로, 적폐로 몰릴 수 있는 국내 정치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국익과 역사문제를 분리해 한·일 간의 국가 관계를 접근하는 실용적인 전략사고를 원천적으로 배척시키면서 우리의 대일 외교를 위축시키는 근원이다.

일본은 G20회의의 개최국이다. 아베 총리는 방문하는 지도자를 모두 만나거나 요청이 있을 시 회담을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는 그래서 우리 지도자를 만나야만 한다. 아베는 이미 이런 상황을 겪었다. 중·일관계가 악화된 가운데도 불구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4년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회의(APEC)의 개최국 지도자로 아베와의 만남을 피할 수 없었다. 아베의 요청으로 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중국은 외교적 결례로 응대했다. 회담장에 일본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고 아베의 인사말에 시진핑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베는 개최국 지도자로 회담에 응할 수밖에 없는 시진핑의 상황과 중국의 외교 결례를 이용해 양국관계의 문제가 중국에 있음을 국제사회에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한·중관계의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달만 해도 우리 외교 당국은 G20회의 개최를 전후해 시진핑의 방한을 위해 중국과 협상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시진핑 방한이 취소된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이 모든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시진핑의 답방이 불가능한 이유는 북한을 방문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이 논리라면 2014년에 북한을 사전 방문하지 않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이유를 절대 설명할 수 없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사드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진핑도 중국의 한한령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인들의 한국방문을 통제하는 가운데 자신의 한국방문을 어찌 정당화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외교적 대홍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에 함몰된 우리의 외교 시각과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선 재정열하고 우리의 국익 수호에 대한 대비태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5분간 통화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 쏘아올린 발사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10시부터 10시 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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