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개방 없이 혁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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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19-05-3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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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사진 = 동반성장위원회]


‘혁신성장’은 단연 이 시대 최대의 화두다. 왜 갑자기 혁신인가? 언제는 혁신이 중요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혁신이라고 다 같은 혁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은 ‘개방형 혁신’이기 때문이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촉발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과 동물의 근력(筋力)이나 자연을 동력원으로 하던 도구가 자체 동력원을 가진 기계로 대체되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확립되고 인간의 삶의 모습이 혁명적으로 바뀐 것이다. 뒤이은 다양한 발명의 시대, 중화학공업의 발전과 대량생산 체제의 시대를 2차 산업혁명 시대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기술의 시대가 3차 산업혁명 시대다. 모두 새로운 기술의 발명으로 인한 생산력의 획기적 발전과 이에 따른 삶의 방식의 혁명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 시대의 혁신은 발명 그 자체였다. 혁신의 주체는 발명가와 기업가였다.

4차 산업혁명은 성질이 좀 다르다. 어떻게 보면 3.5차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ICT 기술의 전면화, 융복합과 네트워킹을 통한 기존 산업의 디지털화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산업의 등장 역시 완전히 새로운 발명에 의해서라기보다 기존 기술 간의 융복합에 기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혁신의 주체는 발명가나 개별 기업가가 아니다. 개별 기업이 혁신의 전 과정과 혁신의 결과를 단독으로 디자인하던 시대는 지났다. 개방과 협업을 통한 혁신의 시대다. 그래서 개방형 혁신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우선 산업 간, 업종 간의 횡적 개방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기계산업이 아니다. 이미 전자산업과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전기차, 수소차는 화학산업과의 연계 없이 추진될 수 없다. 정보통신산업과의 융복합 없이 자율주행차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산업 간의 칸막이를 허물고 연관 산업들이 개방형 혁신의 공동 주체로 함께 나서야 한다. 대학의 학과들이 통폐합되고 심지어 계열별 무전공 제도가 확산되어 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종적으로도 개방이 이루어져야 혁신이 가능하다. 기업생태계가 기존의 수직적 종속성을 탈피하지 못하고는 개방형 혁신을 이룰 수 없다. 협력 중소기업들에 산재해 있는 혁신역량을 총동원해 내지 못한 채로는 대기업도 세계시장의 혁신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시장의 경쟁의 룰이 개별 기업 간의 경쟁에서 기업생태계 간의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 않는가. 말하자면 개인 달리기에서 2인삼각 경기로, 팀추월 경기로 게임의 형태가 바뀐 셈이다. 파트너의 역량 강화 없는 독주 체제로는 대기업도 미래가 없다.

문제는 파트너의 역량이 아직 너무 미흡하다는 점이다. 대기업 중심의 개발 정책이 낳은 역사적 업보다. 이 상태로는 개방형 혁신이 이루어질 수 없다. 중소기업들도 자구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도 지원을 해야 한다. 관련 대기업 또한 건강한 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협력 중소기업들을 개방형 혁신의 공동 주체로 일궈내는 일이야말로 대기업 자신들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용이 드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문제를 우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비용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어차피 저비용 전략에 의존해서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활로가 없지 않은가? 고비용-고품질-고부가가치의 고(高)진로(High road)로 갈아타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모두 팔을 걷어야 한다.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투자라고 생각하자.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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