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잘 다니던 노사원이 '공유숙박' 호스트 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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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5-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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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적 운영 가정 시 한 호실당 월 순수익 70만~80만원

  • 적은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어...시니어뿐 아니라 전 계층에 인기

  • 수용인원·입지·인테리어 고려해야...내국인 대상 사업 불가 등 까다로운 지점도

[에어비앤비]

# 20대 후반 노모씨(27·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거주)는 최근 직장을 그만 두고 숙박공유업에 뛰어들었다. 갑갑한 사무실에서 평생을 보낼 자신이 없어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노씨는 커피 전문점이나 의류 쇼핑몰 등 다양한 아이템을 고려했지만 돈도 벌면서 개인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면 숙박공유업이 제격이라는 판단이 섰다. 실제로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을 제외하면 한가한 편이어서 노씨는 평소 관심이 있던 부동산 공부도 시작하는 등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많지 않은 자본금으로 시작할 수 있고 카페나 쇼핑몰보다 경쟁자가 적다는 점도 숙박공유업의 매력이라고 노씨는 말한다.

최근 숙박공유업이 쏠쏠한 수익을 담보하는 재테크의 일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엔 시니어들이 자녀 분가 등으로 남는 방을 타인과 공유하고 소정의 숙박비를 받는 식으로 사업했다면 최근 들어선 노씨 같은 주니어들도 전업이나 부업 등 형태로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직장인들이나 퇴사한 직장인들이 주택을 빌려 사업해보고 싶다는 내용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숙박공유업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 홍대, 동대문 등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호실 운영만으론 '용돈벌이' 이상의 수익을 내기 힘들다. 여러 호실을 운영해야 직장인 월급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숙박공유업 대행업체 프리비앤비의 애런 킴(Aaron Kim) 대표는 "어떤 집을 얻느냐에 따라, 예약률에 따라 수익은 천차만별"이라면서도 "최적으로 운영했다고 가정하면 월 순수익 70만~8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 등 지방에서 저렴한 집을 얻어 성수기에 제대로 운영하면 직장인 월평균 급여보다 더 벌어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숙박공유업은 자본금이 많이 들지 않아 초기 부담이 적은 편이다. 동교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 기준으로 말씀 드리면 초기 부담금은 보증금과 월세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해 최소 2000만~3000만원 정도"라며 "보증금은 최소 500만~1000만원 선으로 높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 사업은 사실상 투자금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증금과 가전·가구비가 전부라고 보면 된다. 보증금은 최소 200만~500만원 수준에서 해결 가능하다"며 "월세는 매출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이기 때문에 지출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저렴하고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계층이 숙박공유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건 아니라는 게 대다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 대표는 "인천공항 유동인구수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굉장히 많은 관광객들이 한류 등 이유로 한국에 유입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돈 있으면 호텔, 돈 없으면 민박이었지만 요즘 젊은 여행객들은 '로컬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호텔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라도 공유숙박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몇 주 전 홍대에서 사업을 시작한 노모씨(27·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거주)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숙박공유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을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막상 시작해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한 호실만 운영하고 있어 순수익은 용돈 수준이지만 사업을 확장하면 월급 이상은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시작이 곧 성공으로 귀결되는 건 아니다. 서울 중구 명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같은 명동에서도 잘 되는 입지가 있고 안 되는 입지가 있다"며 "명동, 홍대, 동대문 등지는 관광객 수요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어디에 오픈할 것이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집을 구할 때 수용 인원, 위치, 교통여건, 인테리어 등 내부 분위기 모두 중요한 고려 대상이지만 모든 조건이 뛰어나도 가격이 비싸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무조건 좋은 집이 아니라 '가격 대비 좋은 집'을 구하라는 조언이다.

그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게 책정된 곳들, 예컨대 강남역 인근이나 공급이 너무 많은 홍대 등지는 권해드리지 않는다"며 "퇴사자나 은퇴자 등 지방에서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괜찮은 퀄리티의 집을 임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숙박비와 예약 빈도수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 중요한데, 이 같은 부분을 개인이 판단하기 힘들다면 컨설팅업체를 통하는 것도 괜찮다"고 전했다.

숙박공유업이 '꽤 괜찮은 수익모델'로 떠오르면서 관련 강의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직장인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T모업체는 숙박공유 플랫폼 스타트업인 '에어비앤비' 엠버서더를 강사로 초빙해 '에어비앤비로 캐시카우 만들기'라는 이름의 강의를 열었다. 강의는 주차별로 1)에어비앤비 입문 A to Z 2)우리집 등록하기 3)게스트 예약을 받아보자 4)에어비앤비 숙소 등록하기 등 정보를 제공한다.

유료강의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서적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노씨는 "'에어비앤비 호스트 모임' 등 카페, 블로그와 '나는 집 없이도 월세 받는다' 등 예비호스트들을 위한 책에서 정보를 많이 얻었다"고 소개했다.

숙박공유업은 창업 문턱이 낮은 편이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지점도 있다. 우선 내국인을 대상으로는 사업이 불가능하고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업장으로 이용할 수 없다. 다가구나 다세대 주택에서만 사업할 수 있지만 전 가구의 동의를 받아야만 사업할 수 있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노씨는 합법적으로 사업하면서도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집주인 1명의 동의만 받으면 되는 다가구 주택을 임차했다.

그는 "집주인들은 게스트하우스는 허용한다면서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록이나 숙박업소 신고 등은 하면 안 된다는 경우가 많았다"며 "공개적으로 임대수익이 노출되면 재산세도 늘고 기타 번거로운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숙박공유업 전문가는 "통영에서 서울 구경 오는 사람들도 있고 서울에서 통영 바다를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국내 이용객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건 국가 차원에서도 손해"라며 "대기업 등 기득권층이 호텔을 보유하고 있어 그런 듯싶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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