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우수한 지배구조 빛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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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2019-05-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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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 바뀔 때마다 CEO 교체…지배주주 부재로 외압 커

  • 정관에 CEO 선임ㆍ평가는 명시...육성 등 운영 개선 필요

[포스코 본사 전경. 사진=포스코]

[데일리동방]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끊임없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주요 기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선진형 지배구조’, ‘민영화된 공기업의 모범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면서 정부의 외압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퇴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악순환은 분명 끊을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가 없는 만큼 CEO 승계 프로그램과 이사회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구조는 짜여진 상태지만 운용 측면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철보국’은 포스코의 창업정신이다. 영리 추구보다 국가 경제 발전에 일조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그 의미가 퇴색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 위기’는 포스코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지난 1997년 아시아외환위기는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빠르게 추락시켰고 경제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됐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일환으로 포스코 등 주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지분을 외국인 투자자와 민간 등에 매각해 국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세계 주요 철강사들도 공기업으로 출발해 1990년대 이후 본격 민영화되기 시작했다. 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다는 취지였다. 포스코 민영화는 국가 재정 확충 목적도 있었지만 철강산업의 시대적 흐름도 일조한 셈이다.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다. 매각되는 지분이 재벌 등 이익을 추구하는 특정 집단에 쏠리면 포스코의 창업정신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을 통해 주주 분산을 극대화 시키는 방법도 고려했지만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정부가 포스코 지분 매각을 ‘일괄’이 아닌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순차적’으로 진행한 이유다.

정부와 산업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 지분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점차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1인당 지분 한도를 3%로 제한해 주주 분산이 극대화되면서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 됐다.

지배주주가 없다는 것은 주주의 지나친 경영간섭이 제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말한다. 반면 주인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간섭을 받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소유주(owner)나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은 외부 압력이 클 수 없다”며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 수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는 것은 지배주주 부재에 따른 외압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 지배구조로 더욱 발전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승계에 대해 더 투명한 정보와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지배구조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CEO 승계 부문에 있어서 매번 논란이 됐다. 지배주주 부재의 결과라고 해서 이를 강화한다면 포스코의 창업정신과 민영화 취지에도 반하게 된다.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는 이사회의 역할과 CEO 승계 과정의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포스코 등 민영화 기업들은 이사회의 기능과 CEO 승계제도를 수립했다. 장기발전을 위한 책임경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CEO 육성이 주된 내용이다. 이사회 산하에 5개 전문위원회(이사후보추천 및 운영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 재정 및 내부거래위원회,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 시기마다 불거진 CEO 승계 논란은 이사회와 전문위원회의 기능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요인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사내이사 5인 이내, 사외이사 8인 이내로 최대 13인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전체 이사 수의 과반수로 한다. CEO와 이사회의장직을 이전부터 분리해 일반 사기업의 ‘겸직’과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 구성 내용만 보면 경영에 대한 ‘견제’는 충분히 작동 가능하다. 그러나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 육성, 선임, 평가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은 명확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모든 것은 ‘이사회의 결의로 정한다’로 대변하고 있다.

특히 CEO 육성은 장기 책임경영에 있어서 필수지만 정관에는 선임과 평가 부문과 달리 일부도 나오지 않는다.

[포스코 정관 중 CEO 선임 내용. 출처=포스코]

CEO 선임은 29조, 29조 2항, 29조 3항에 걸쳐 나타나있다. 상대적으로 육성과 평가보다 자세한 편이다. 그러나 정관상 육성 부문 내용이 충분치 않아 선임 부문도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전 CEO 사임 후 주주총회 최종 승인까지 3개월이라는 시간은 100% 검증을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지주 담당 연구원은 “포스코는 구조적으로 이사회 역할과 CEO 프로그램을 갖췄다”면서도 “CEO 선임을 위한 육성, 평가보상 등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정부 혹은 특정 주체의 외압 의혹에도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라며 "특히 정관은 회사의 운영 규칙이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없는 포스코로서는 CEO 육성 부문 관련 내용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장기적 경영을 위한 승계 프로그램(육성부터 평가까지)을 마련하면 소유·분리 경영을 넘어 선진형 지배구조로 더욱 발전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개선안이 마련돼도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최소 이사회의 CEO 승계를 위한 구체적 역할이 정관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정관 내용이 일부 변경됐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며 “기업 내부의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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