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빌라 전세대출 이자비 지원 꼼수 횡행…"정말 싼 거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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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9-04-2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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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가 2억3000만원인데 2억원으로 싸게 해드릴게요. 3000만원에 대한 2년치 이자비용을 지원해 드릴테니, 실제 전세가는 2억원이나 마찬가지죠."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닌 A씨(33)는 신축빌라를 전세로 얻으면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가 다 들어가 있어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신축빌라 전세를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이자 지원'이라는 특이한 방식을 알게 됐다. 


29일 서울 곳곳에서 신축빌라들이 무수히 많이 생겨나면서 팔리지 않자, 공실을 전세로 채우기 위한 방식으로 이자 지원이 횡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자 지원은 '업계약'이나 마찬가지여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날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A씨가 부동산 매물 검색 사이트에서 찾은 신축 빌라를 알아보기 위해 중개인에게 전화를 하면 대부분이 "인터넷에 올라온 전세가격은 이자 지원을 한 가격"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예컨대 온라인 사이트에 전세가가 2억원으로 올라가 있으나, 실전세가는 2억3000만원이고 3000만원에 대한 이자비용을 지원해 준다는 식이다.

실제로 한 중개인과 함께 서울 지하철 5호선 라인을 중심으로 신축빌라를 보러 다녔다. 중개인은 "적게는 2500만원부터 많게는 4000만원에 대한 대출 이자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까치산역 인근에 있는 한 신축빌라는 2억5600만원에 이자 지원이 3000만원까지 가능했다. 화곡역 인근 신축빌라는 실전세가 2억4000만원에 이자 지원이 4000만원까지 나왔다. 

해당 중개인은 “이자 지원을 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임대사업을 등록하기 전에 전세가를 최대한 높여야 2년 뒤 새로 계약을 할 때 전세가를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빌라를 팔 때도 전세가가 높으면 비싸게 팔 수 있어, 차익을 남기기에도 좋다”고 덧붙였다.

다수 중개인은 1금융권에서는 전세금의 70~80%, 2금융권에서는 90%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출이 많이 끼워져 있어도 이자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저렴하게 전세를 구하는 것이라고 현혹했다. “전세가는 시세 대비 높아도 문제 없다”, “전세보증보험만 가입하면 된다”는 등의 말로 수요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러나 이자 지원은 최근 신축 빌라 공급이 많아지면서 공실이 넘쳐나자, 전세 임차인을 끌어오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또 다른 중개인은 “집주인이 갭을 줄이려고 이자 지원이라는 말로 업계약서를 쓰곤 한다”면서도 “요즘에는 분양이 되지 않아 공실로 둘 수 없어 전세라도 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개수수료를 이자 지원으로 떼 주는 것으로, 이자 지원을 많이 해준다는 것은 중개인 입장에선 중개 수수료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분양이 안 되니 전세를 놓기 위해 이자비용을 지원하면서 전세금을 높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공실은 채우고 보증금도 높여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빌라 전세가는 합리적인 가격인지 파악할 도리가 없다”며 “이자비용을 지원 받아 싸게 전세로 들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초기 부담만 줄인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권 팀장은 "빌라 공급이 많아서 공실에 대한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있어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크다"며 “전세보증보험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할 수 있으나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지제공=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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