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터 도와라!"..노트르담 대성당 고액 기부 속 노란조끼 시위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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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4-2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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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23번째 노란조끼 시위..일부선 약탈과 방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후 노란조끼 시위가 재점화됐다. 억만장자의 고액 기부가 줄을 잇는 가운데 시위대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못지 않게 빈곤층 지원도 시급하게 해결할 문제라며 거리로 나와 불만을 토해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 모인 약 9000여 명의 노란조끼 시위대는 바스티유광장에서 레퓌플리크광장까지 이동하면서 “나를 보라! 나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전국적으로는 2만6000여 명이 노란조끼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의 한 시위자는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가 쓴 ‘노트르담의 꼽추’와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라는 뜻)을 언급하면서,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을 살릴 준비가 된 관대한 기부자에게 감사하며 이제는 레미제라블을 위해 똑같이 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20일(현지시간) 노란조끼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불타고 있는 오토바이에 퀵보드를 던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논란이 새로 불붙은 모양새다. 화재 직후 프랑스 재벌들이 성당 재건에 쓰라면서 1조 원에 달하는 거금을 선뜻 내놓자 빈곤층의 곤경에 무심하던 엘리트층의 위선이라는 곱지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또 기업들이 국가적 재난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고 기업 이미지를 재고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기업들의 경우 기부액의 최대 66%만큼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성당 복원이 국가 예산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마크롱 정부가 빈곤층 지원은 뒤로 하고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시위대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재벌들의 돈으로 2024년 올림픽까지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을 약속한 것은 ‘부자들의 대통령’답게 빈곤층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조끼는 마크롱 대통령이 기업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그를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해왔다.

다만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노란조끼의 폭력 사태가 사회 분열과 혼란을 키운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파리 일각에서는 시위대에 의한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투했던 파리 소방관들이 엿새만에 시위 화염 진압을 위해 투입돼야 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동원하고 160여 명을 체포했다. 

기업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사업에 2억 유로 기부를 약속한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지난주 주주들에게 “공익에 분명한 일을 행하고도 비난을 받는 프랑스의 현주소는 무척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구찌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자신이 약속한 1억 유로 기부금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진심을 강조했다. 

제오프루아 루 드베지외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은 지난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합의 순간에 있다”면서 “(대기업 기부를 둘러싼) 논쟁은 안타깝다. 우리는 단합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란조끼 시위는 지난해 11월 중순 마크롱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그로 인한 생활고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후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조끼 시위에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면서 사회적 대토론을 진행했다. 당초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회적 대토론 결과와 향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성당 화재로 취소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5일 대국민 담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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