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장비 시장 ‘쑥쑥’… “무역전쟁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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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4-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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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견제에 반도체 업체 내수 시장으로 눈 돌려

  • 중국 ‘반도체 굴기’ 소자에서 장비로 이동 중

  • “장비·소자 동반성장으로 ‘완전한 현지화’ 이룰 것”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을 라이벌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무역전쟁이 고마울 뿐이다.”

중국 베이징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스카이버스(Skyverse)는 올해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에 자사의 장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된 후 중국 내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해외 장비가 아닌 중국산 반도체 장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스카이버스도 기회를 잡은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堀起·우뚝섬)’가 소자가 아닌 장비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에 따른 것으로 상대적으로 간섭이 덜한 장비 산업에 힘을 실어 반도체 시장의 양대 산업인 소자와 장비의 동반 성장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美 견제 여전…멈춰선 중국 반도체 제조 산업

무역전쟁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고꾸라뜨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연간 매출이 7298억 위안(약 1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5년 내(2015~2019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2015년 23.05%, 2016년 20.11%, 2017년 21.75%, 지난해 18.98%(예상치)로 그동안 줄곧 20% 안팎 수준에서 유지됐다.

그러나 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전반적인 수요 약화,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 둔화 전망에 더해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의 견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트렌드포스는 전망했다.

실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MAT는 최근 직원들에게 중국 반도체 업체 샤먼사난옵토일렉트로닉스와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 우려로 거래에 주의를 요하는 중국 기업 목록을 발표하자 이에 대응한 것이다. 사난옵토일렉트로닉스는 미국 정부가 발표한 미확인 리스트에 포함되는 기업에 속한다.

AMAT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패널 제조장치 업체로 AMAT와 거래를 축소하는 것은 중국 반도체산업 정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MAT뿐 아니라 앞서 다른 반도체 기업도 중국 업체와 거래 중단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인텔은 칭화유니 그룹과 5세대(5G)칩 협력 관계를 청산했고, 미국의 영향을 받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와 푸젠진화는 양안 합작 관계를 끝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반도체 장비 시장 성장세 뚜렷...2018년 매출 증가율 1위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과 관계 정리에 나서면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내수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64단 3D 낸드를 올해 안에 양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중국 업체의 장비를 채택할 계획이다. 앞서 소개된 스카이버스가 그 주인공이다.

레오 허 스카이버스 마케팅 매니저는 “YMTC와 더불어 중국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인 화리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반도체제조인터네셔널 등이 올해 스카이버스의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기업인 나우라테크놀로지와 중웨이반도체장비(AMEC), 맷슨테크놀로지 등 다른 장비 업체들도 최근 닛케이아시아리뷰(NAR)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중반부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간 경쟁이 심화하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발표한 글로벌반도체장비시장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장비 매출액은 645억 달러로 전년 566억 달러(약 64조3542억원)보다 14% 증가했다. 이 중 중국은 131억 달러를 기록해 한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한국에 뒤졌지만, 증가율로는 중국이 1위를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이 59% 늘었다.

특히 팹리스(반도체 생산설비 없이 설계·개발 전문으로 하는 회사) 부문에서는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미국이 68%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대만(16%)과 중국(13%)이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우리나라는 1%를 넘지 못했다.

◆정부도 적극 지지...10년간 200조원 규모 지원 

다만 기술력에 있어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며 "아직 선도국의 기술력을 따라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분위기다. 차오리안성 AMEC 회장은 중국 21세기경제보도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10년간 반도체 생산에서 큰 진전을 이뤘음에도 전체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대부분 큰돈을 들이지 않고 해외 장비를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미국의 ZTE 배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비 현지화의 핵심은 제조업체와 장비업체 간 활발한 협력이라고 믿는다”며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은 반드시 국내 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이는 중국 반도체 장비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당국은 그간 반도체 공장을 짓거나 반도체 제조 인건비에 투입했던 예산을 토종 반도체 장비 업체 지원에 쏟아 붓기로 했다.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1조1800억 위안 규모의 예산을 반도체 장비 제조에 투자해 현재 15%에 머물고 있는 반도체 자급률을 7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차오 회장은 “반도체 장비 산업의 발전이 결국 전체 반도체 시장을 성장 시킬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의 완전한 현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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