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꽃은 피웠지만, 아직 봄은 오직 않았다" 세월호 5주기 맞은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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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윤정훈, 정석준(인턴), 신동근(인턴) 기자
입력 2019-04-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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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정훈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인 4월 16일. 세월호 사태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 수학여행을 갔던 학생들이 쓰던 교실이 보전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찾았다.

뜨겁게 내리쬐는 봄볕도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다 녹이지 못하는듯했다. 활짝핀 벚꽃이 이곳을 방문한 추모객의 슬픔과 상반돼 야속하기만 했다.

검정 정장에 노란 리본을 단 유가족과 지인 등 방문객들은 조용히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생전 책상에 앉아서 회상하기도 하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기도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엄숙한 자세로 추모하는 모습에서 세월호 사태를 절대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전해졌다.
 

단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생전 쓰던 교실을 보존해둔 단원고 4.16기억교실에 방문객이 추모를 하고 있다.[사진=정석준 인턴 기자]


분당에서 이곳을 방문했다는 20살 김 모(여) 씨는 "세월호 주간에 친구들과 매년 이곳을 방문해서 추모하고 있다"며 "또래가 죽었던 큰 사건이다.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서 왔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곳에서 봉사자로 활동하는 22살 도 모(22·여) 씨는 "세월호에 대해서 SNS나 TV로 봐서 와닿지 않았지만, 친구 언니가 사건당사자가 됐다는 걸 알고 슬펐다"고 말했다.

선배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단원고 재학생들의 마음은 한층 복잡해 보였다. 10대 학생들은 "마음이 무겁다", "가슴이 아프다"고 힘들게 한 마디를 꺼냈다.

또 심적으로 힘들 학생들에게 한 마디 말을 건네기도 힘들었고, 말을 듣는것도 어려웠다.

단원고에 재학 중인 한 10대 학생은 인터뷰 요청에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또 다른 학생들은 기자라는 말에 "말하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떠났다.
 

16일 오후 안산을 방문한 추모객들이 노랑 바람개비를 들고 단원고로 향하고 있다.[사진=신동근 인턴기자]


세월호 사태를 뉴스로 접했던 이들 10대의 마음은 어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감이 없었다. 어른들의 말을 듣느라 탈출하지 않고, 많은 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태를 두 눈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오전 단원고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양동원 단원고 교장은 "문제 사항이 발생하면 일단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대처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각자가 위험상황에 대응할수 있도록 상황주도능력을 기르도록 교육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찾은 단원고4·16기억교실에는 3년간 이곳을 다녀간 희생자들의 친구와 가족, 이름모를 시민들의 발자취가 기록돼 있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의 현장이자 기억인 단원고 교실을 지키자는 뜻에 2016년 8월 현재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동했다. 이후 3개월간 실제 아이들 유품을 정리해서 현재 교실로 만들어졌다. 2016년 11월 21일부터는 시민들에게도 개방돼 매년 많은 추모객이 다녀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부터는 지하철 4호선 고잔역에서 출발해 단원고4.16기억교실, 단원고, 화랑유원지까지 이어지는 행진이 펼쳐졌다.

행진에 참석한 대구 4.16연대 회원 40대 김모씨는 "매년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는데, 아직도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형식적으로는 변한것 같지만 실제로 바뀐게 없지 않느냐. 안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세상을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행진 이후 오후 3시에는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은 이지애 아나운서 사회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이 참석했다.
 

[사진=정석준 인턴기자]

[사진-신동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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