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 열어둔 한미정상…다시 빨라진 한반도 '비핵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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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4-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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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한미정상회담·북한 최고인민회의 동시에 열려

  • 한미 정상 '3차 북미회담' 필요성엔 공감 vs 북한 '자력갱생' 입장 밝혀

  • 南北美 '조속한 대화' 필요성 인정한 가운데, 향후 문 대통령 역할 더 막중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둘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셋째)이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11일 나란히 열린 가운데, 이번 대형 이벤트에서 한반도 비핵화 운명에 대한 희망과 어둠이 공존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한미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을 비롯해 비핵화 대화 재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원칙에 대해 ‘빅딜’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자력갱생’을 외치며 제재 버티기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협상이 장기 국면으로 돌입할 우려도 있다. 북미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관측이다.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3차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적극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차기 북미정상회담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도록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단계를 밟아야 한다”면서도 “회담이 있을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통해 조속한 3차 북미정상회담 필요성에 대해 한미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와대는 지난 2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 된 이후 대화 교착 국면이 장기화 되지 않도록 북미 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후 제기된 여러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비핵화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른 시일 내 북미 간 후속 협의를 위한 미측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핵화 해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은 '빅딜'로 불리는 일괄타결 방식을,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중재하기 위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안’을 미국 측에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이 제시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원포인트 제재 해제에 대해서도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며 현행 입장을 유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과 같은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와 그에 하루 앞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제재 돌파' 입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며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 발전을 달성한다는 당초 목표가 미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일정 방향 수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미 간 대화의 문이 모두 닫힌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세 번째 회담은 단계를 거쳐(step by step) 열릴 수 있다”면서 북한의 태도를 전제로 “남·북·미 회담도 열릴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도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경제발전 의지를 피력했을 뿐 미국을 향한 격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 대화의 판을 먼저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북미 모두 대화의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모두 '현상유지'를 하려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의 북미대화 '촉진자'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귀국 후 본격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들일 만한 카드가 충분치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장소·시기 등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 딜'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빅딜, 즉 핵무기 폐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그 딜이 어떤 것인지 봐야 한다. 다양한 스몰 딜 들이 이뤄질 수 있다"고 여지를 둬 문 대통령의 중재 가능성은 활짝 열어 뒀다.

국가안보전략원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트랙 가동 여건은 조성됐지만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부담감이 훨씬 커졌다"면서 "부분적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의 소극적 입장 아래서 북한을 설득해야 하는데 북한이 '자력갱생'에 입각한 비타협 전략을 실행할 경우 설득 여지가 감소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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