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갈 길 먼데…재원 확보·법 개정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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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이정수 기자
입력 2019-04-1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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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적용시기 5년 연장에 그쳐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 양극화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보장성 강화 대책)는 재정 문제와 연관돼 관계 부처, 정당 간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건강보험 문제는 초고령화 사회라는 큰 틀에서 결국 정년 연장 문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5년마다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는 앞서 유효기간이 만료됐던 2017년 개정 과정에서도 규정 변경 없이 적용시기만 5년 연장되는 데 그쳤다.

황기돈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뒤 70세에 실질은퇴연령에 이르기까지 저임금과 단순직, 비정규직에 주로 분포하면서,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율과 세계 2위의 고령자 고용률, 세계 최고의 고령자 사망률과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고 지원이 핵심…기동민 등 관련 법안 3건 계류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고지원 차액을 사후에 정산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17년 9월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12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도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전전년도 결산상 보험료 수입액’으로 수정해 규모를 명확히 하고, 국고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해 의무화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의사 출신의 윤일규 민주당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안정적 국고지원을 위한 개정안을 두 차례 대표발의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발표한 ‘2019~2023년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이 시행될 경우, 향후 5년간 총 41조5800억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정부는 지출관리 방안을 병행해 국민 부담이 더 증대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보험재정 국고지원에 대해 202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규정 돼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서 지원방식과 적정 지원규모를 재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고지원은 가입자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보험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다. 현행법상 국가는 매년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이 과소 추계되고 있어, 해마다 국고지원은 그해 보험료 수입액 14%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건보재정 국고지원이 현행법에 맞게 이뤄진 적은 단 한 차례도 없고 사후정산으로 이를 보완하자는 법안들만 여러 차례 발의된 수준”이라며 “현행법에 준수해 국고지원만 이뤄지더라도 건보재정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도 “국고지원과 관련되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제 국민이 내는 보험료에 준해서 설정돼야 하는 것”이라며 “국가 예산을 관리해야 하는 기재부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면 10~11%로 줄이더라도 예측 가능하게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동연한 상향과도 연관…65세 국민연금 수령까지 5년 소득공백 보완 필요
최근 ‘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정년 연장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동연한이 상향된 것은 1989년 만 55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한 지 30년 만이다.

가동연한 상향이 바로 정년 연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논의에 근거로 작용할 수는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는 기존에 만 60세였던 가동연한을 65세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서형수 민주당 의원의 정년 연장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나이 기준만 다르지 각각 만 65세, 만 62세로 차이가 있을 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현행 62세·2033년 기준 65세)과 법정 정년(만 60세) 사이의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는 비슷하다.

다만 김 의원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늦어지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정년을 1년씩 늘리는 법안인 반면, 서 의원은 만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재고용 등 사업주가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기한 차이점이 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현행 62세에서 점진적으로 상향돼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령의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재고용하거나 고용을 연장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봉철·이정수 기자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제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정형선 부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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