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글로벌정책 강력 규제로 선회…숨은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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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4-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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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총선 앞두고 ‘가짜계정’ 대량삭제...파키스탄군 계정 100개 이상 폐쇄

  • 저커버그, "유해콘텐츠·선거개입·가짜뉴스 등에 정부 규제의 필요성 역설"

  • 전문가 “GDRP 등 각국 규제방침에 따라 페이스북 입장 바꾼 것일 뿐”

페이스북의 글로벌 정책이 정보 규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뉴질랜드 총기난사 사건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돼 충격을 준 가운데 관련 정책에 대한 강력한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 앞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단일기업이 통제하기엔 정보량이 너무 많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 필요성도 제기했다.

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공식블로그를 통해 파키스탄군 홍보국(ISPR)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총 103페이지와 그룹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삭제된 계정은 "조직적인 위장 행위'에 종사하고 가명으로 파키스탄군과 인도정부, 카슈미르 분쟁 지역 등의 주제에 관련된 페이지를 운영해왔다. 페이스북은 삭제된 계정들에는 파키스탄 공군을 칭송하거나 라이벌 인도 공군을 조롱하는 내용,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반인도 시위를 지지하는 표현 등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페이스북은 인도 국민회의정당의 관계계정과 페이지 687건을 삭제했고 인도 총선을 앞두고 관련한 가짜계정도 대량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나다니엘 구라이챠 페이스북 사이버보안 책임자는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인도 총선을 앞두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나 가짜뉴스, 각 후보자들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와 계정들은 삭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최근 수개월 동안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에서도 이러한 허위계정 및 가짜뉴스 페이지 등을 분석해 폐쇄해왔다며 이 같은 감시체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페이스북이 유해콘텐츠·선거개입·가짜뉴스 등에 강력한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계정삭제 및 패쇄 등 실제적인 조치가 실행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과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학대되는 가운데 인터넷 사회연결망 서비스(SNS)의 방대한 정보에 대해서 자율보다는 규제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날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의 방지를 위해 ‘신뢰할 만한 뉴스만 담은’ 뉴스페이지 신설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은 저커버그 CEO가 디벨트·빌트 등을 발행하는 유럽 최대 미디어 기업 악셀 스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CEO와 한 대담 영상을 공개하고 이런 구상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의 이러한 계획이 페이스북의 발목을 잡아온 ‘가짜뉴스’ 양산의 통로라는 오명을 벗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다.

앞서 뉴질랜드 테러 직후 페이스북은 SNS 생방송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사진 공유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서 백인우월주의나 인종차별을 찬양하고 선동하는 게시물도 금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주목할 건 페이스북이 그간 강경한 기조를 보여왔던 정부 및 제3기관의 정보 간섭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위키리스크의 폭로, 러시아 대선개입 등 이슈가 굵직한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페이스북은 규제보다는 정보소통 자율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극적으로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30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그는 “이런 결정들은 책임이 막중한 만큼 기업들이 혼자하기보다 정부와 당국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제3의 기관에서 유해 콘텐츠 관리에 대한 표준안을 마련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 기업의 유해콘텐츠 관리 의지와 역량을 측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유해콘텐츠 관리, 투명한 선거,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이동 등 총 4가지 부분에 대해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글, 페이스북 잡는 GDRP의 위력
개인정보, 유해성, 정치중립, 프라이버시 등 포괄적 인터넷 규제 법안
지난해 발효 후...구글, 페이스북에 정보보호 관련 ’소송‘ 증가세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페이스북의 극적인 입장 변화를 전 세계 각국에서 제정되고 있는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질랜드 테러 등에 따른 사회비판적인 의견도 수렴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유럽연합(EU) 등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각국의 입법 흐름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호주는 입법추진을 통해 인터넷 기업을 언론사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해악적인 영상을 노출하는 인터넷 기업에 책임을 물어 전체 매출의 최대 10%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의 경우도 이미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법안에 따라 전체 매출의 5%에 해당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특히 EU는 이 규제의 필요성과 그 정당성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GDPR이 글로벌 규제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뉴질랜드 테러 등에 따른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시장 진출 시도도 좌절되는 등 사업적으로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페이스북은 글로벌정책 기조를 수정해서라도 새로운 규제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직면했다. GDPR에서 규제하는 해악을 가진 내용물, 선거 공정성, 프라이버시권 그리고 정보 이동성 등에 있어 대중, 기업 그리고 정부 차원의 새로운 규제를 먼저 요청하고 나선 이유다.

특히 GDPR의 규제는 '빅브라더'인 페이스북조차 감당하기가 힘든 포괄적인 부분이 많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이 먼저 미디어전을 통해 대중, 기업 그리고 정부차원의 새로운 규제를 요청하고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나선 건 각국의 과징금 폭탄을 피해가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구글 또한 쉽지않은 상황이다. 최근 구글은 EU로부터 1조9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년 동안의 과징금은 총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EU는 구글이 지배적인 시장지위를 이용해 광고를 독점해왔다고 지적했다. GDRP가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빅데이터를 가공해내는 IT기업의 특성상 개인정보와 광고의 독점은 언제든지 문제가 될 수 있다. GDRP는 그동안 위세를 떨쳐온 거대 IT기업들을 속박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법안으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해 5월 유럽에서는 GDRP가 발효되자마자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하는 개인소송이 잇따랐다. GDRP 발효 후 현지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한 이의제기와 고발 등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같은 전반적인 규제흐름은 앞으로 EU,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커버그의 이번 기고문의 숨은 의미는 정부에 대한 규제요청이 아니라 '구제요청'도 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인터넷 기업에 과징금 문제는 생존 여부를 결정할 정도의 심각한 리스크로 부상했다”며 “정보보호 및 관리 등 관련 규제를 감당하는 것은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 애플 등 IT 빅브라더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할 당면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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