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의혹' 김학의 재수사...성인지 감수성 반영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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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3-2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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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최근 '성인지 감수성' 반영 추세가 최대 변수

'김학의 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앞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이 난 특수강간 혐의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성범죄 여부 판단에 '성인지 감수성'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과거 무혐의 처분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을 이유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차별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민감성을 의미한다.

이수연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지난 27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재판 결과에 대해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법원이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 사건을 다룰 때 피해자 입장에서 적극 판단하려는 입장으로 변해왔다"면서 "강간죄를 인정하는 범위가 비교적 협소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넓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성범죄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피해여성 중 한 명은 "원주 별장에 의심 없이 들렀다가 윤중천과 별장 관리인에게 성폭행 당했다. 이따 누가 올 거니까 잘 모셔야 한다고 했고 그가 김학의였다"고 진술했다.

다른 피해여성은 "1년여간 감금 상태로 지내며 권총 등으로 위협받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두 여성의 진술은 모두 '흉기나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특수강간죄에 성립한다.

그러나 당시 법조계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보인다며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진술과 태도가 엇갈리는 모습은 성범죄 사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4월 한 대학 교수가 성희롱과 성추행을 이유로 해임당하자 해임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대법원 소송이 대표적이다. 당시 1심과 2심 법원은 피해 여학생들의 진술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성희롱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그가 받은 징계(해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가해자를 위해 순두부집을 물색하고 와인바를 간 점 등을 볼 때 '성폭행당했다'는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며 사건 이후 보인 피해자의 행동이 '일반적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선 "피해자의 행동을 정형화해 편협한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성범죄 여부 판단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적극 반영되는 최근 추세에 따라 여성들의 진술이 새로운 증거로 채택될 경우 김 전 차관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검찰 과거사위원회로부터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수사하라는 권고를 받은 검찰은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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