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으로 보는 금감원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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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입력 2019-03-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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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 포스터.

"조금 민망하다." 영화 '돈'을 본 금융감독원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현실과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이달 20일 개봉한 '돈'은 증권가에서 일어나는 금융범죄를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인 금감원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공정거래 세력을 뒤쫓는다.

여기서 현실과 괴리가 발생한다. 금감원 직원은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사진을 찍어 자백을 유도하지 않는다. 함부로 통신기록을 조회할 수도 없고,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권한은 더더욱 없다. 또 영화에서 나온 실시간 주식시장 감시는 오히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업무에 가깝다. 이를 위한 시장감시 시스템도 거래소에 갖춰져 있다.

다시 말해 거래소 시감위가 불공정거래 혐의를 최초로 발견해내야 하는 곳이다. 여기서 적발된 사례가 금감원을 거쳐 금융위원회 산하 자본시장조사단으로 넘어간다. 사안이 긴급하면 패스트트랙을 통해 바로 검찰에 넘길 수도 있다.

물론 금감원도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뒀다. 다만 불공정거래 수법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첨단화, 조직화되고 있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 시의성이 요구되는 사건에 대한 뒷북 조사는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건물. [사진=연합뉴스]


그래서 생각해봤다. 어쩌면 한지철이 금감원에서 바라는 자신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실제 금감원은 이 영화의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감원 건물 내부도 촬영 장소로 제공했다. 금감원 직원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명함도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 시사회에는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이 참석했다. 모두 금감원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요소들이다.

금감원은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단순히 이미지 쇄신만 원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금감원 직원이 한지철처럼 활약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금감원은 예전부터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받길 원했다. 특사경으로 지명되면 검사 지휘 안에서 강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영화처럼 통신사실 조회, 압수수색, 출국금지, 신문 등 다양한 조사 방법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곧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금융위는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업무계획에 담은 바 있다. 올해 안에 금감원 직원에 대한 특사경 지명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직원은 금융위원장 추천과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서울남부지검장) 지명 후 특사경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불공정거래 적발유형별 조사 실적.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지난해 금감원은 151건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했고 증선위 의결을 거쳐 89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여기서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발굴해낸 사건은 62건이다. 증권가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기까지 금융위와 거래소, 금감원 모두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당국 간 소통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감시 주체들이 이중삼중으로 제각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차 감시자인 거래소 시감위 눈만 피하면 주가 조작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진화하는 불공정거래에 맞춰 새로운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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