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전공학부 도입 10년…기능 '유명무실' 폐지 수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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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3-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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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후반 전국 40여개 대학 운영…로스쿨 등에 밀려 제 기능 상실

  • 고려대, 로스쿨 준비반…연세대·한국외대 ‘인기학과 쏠림 현상’으로 폐지

  • 서울대 '전임교수제'로 성공사례…"장기적 효율성 보고 운영해야"

국내 40여개 대학에서 운영하던 자유전공학부가 도입 10년이 넘은 현재 12개 학교에서만 시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학교에서 폐과됐지만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에도 이름만 자유전공학부일 뿐 사실상 로스쿨 준비반으로 운영되는 등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되고 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제공하는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9년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하고 있는 4년제 대학은 경남대, 서울시립대, 조선대 등 12개 대학이다(서울사이버대 포함). 학제간 벽을 허문다는 취지로 1990년대 후반 대학가에 학부제가 도입됐고, 2000년대 후반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 추진되면서 자유전공학부가 국내 대학가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자유전공학부가 쇠퇴하는 이유에는  1년간 전공 탐색 후 2학년 전공 선택 시 학생들이 인기학과로 몰려 당초 자유전공학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 전임교수 부재, 로스쿨 선정 탈락 이후 학교 측 자체 폐과 등이 꼽힌다.  

연세대는 개설 4년 만인 2013년 자유전공학부를 글로벌융합학부로 편입시켰다. 매년 100여명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받아온 학부가 사라진 이유는 인기학과 쏠림 현상이었다. 1년 동안 자유롭게 강의를 듣고 진로를 탐색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2학년 전공 선택에서 90% 학생이 경영학과를 선택해 비인기학과는 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국외대 역시 2007년 도입한 자유전공학부를 2013년 폐지했다. 대부분 재학생들은 고급 외교관 양성 과정인 랭귀지 앤 디플로머시 학부로 전과됐다. 정치외교학과와 행정학과로도 학생들 일부가 배분됐다. 폐지 사유는 역시 인기학과 학생 쏠림 현상이었다. 한국외대 자유전공학부 폐지 당시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직접 나서 학교 측과 협상을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로스쿨 준비반으로 뿌리를 내렸다. 자유전공학부생 대다수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기 위해 자유전공학부로 진학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입학생의 20~30%만 로스쿨을 준비한다고 했지만, 자유전공학부가 고려대 법대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2018학년도 2학기 자유전공학부 전공박람회[사진=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홈페이지]

◆유일한 성공사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차별점은 ‘전임교수’ 확보

자유전공학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음에도 꾸준히 학부제가 운영되는 대학도 있다. 자유전공학부 유일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서울대는 지난 22일 자유전공학부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약 6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현재 1000여명의 재학생이 문·이과를 막론하고(의대 제외) 치열하게 전공을 탐색 중이다,

강의에 대한 학생들 호응도 좋다. 첫 학기 수업인 ‘주제탐구 세미나 1’에서는 철학·물리학·보건학 등 각각 다른 전공 교수 3명이 팀티칭으로 15명가량 학생들과 토론 강의를 진행한다. 학생들 전공 선택도 경제학, 정치외교, 통계,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국제환경학, 신체운동학 등 학생이 직접 설계한 전공도 100여개에 달한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안착에는 △대학의 장기발전계획 안에서 수년간 준비 끝에 운영 △처음부터 전임교수 확보 △설립 취지에 맞는 융복합 강의를 학생들에게 제공한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전 학부장은 “학과 교육이 단기적으로는 효율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여러 전공을 경험한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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