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긴축 접은 '비둘기' 연준..."기업 부채 뇌관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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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입력 2019-03-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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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둔화 美 경제 미치는 타격 우려"

  • "예상보다 더 비둘기…다른 국가 고민 커질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된 바이다. 그러나 연준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기준금리 인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긴축 카드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도 빠르면 9월까지 종료한다는 입장이다.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내건 지 2년 만에 사실상 긴축 카드를 모두 접은 셈이다. 

◆"올해 금리 인상 없어"··· 시장 예상 넘는 '비둘기'

연준은 19~20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내 추가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시사했던 지난해 12월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경기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리를 네 차례 인상한 2018년과도 대조적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내년에도 한 차례에 그치며, 2021년은 다시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폭스뉴스는 내다봤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제 둔화로 미국 경기도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외신은 입을 모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성명을 통해 "해외 경제 둔화가 미국 경제의 역풍이 되고 있다"며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작년 실질 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점을 찍은 데다 유럽 내 최대 경제권인 독일도 실질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올해 1분기(1~3월) 실질 성장률도 0%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내수 진작을 이끌었던 감세 제도의 효과가 희미해진 데다 멕시코 장벽 건설 논란으로 한달 넘게 이어졌던 셧다운(연방정부 임시 폐쇄)으로  개인 소비가 줄어든 탓이다.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0.2% 포인트 낮춘 2.1%로 조정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1.9%에서 1.8%로 내려잡았다. 

연준은 달러화를 회수하는 대표적인 긴축 정책인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의 종결 시점도 9월까지로 못 박았다. 자산 축소 작업을 시작했던 2017년만 해도 종료 목표 시기는 2021~2022년이었다. 연준은 오는 5월부터 보유자산 축소 규모를 기존 수준의 절반인 150억 달러로 줄인 뒤 9월 말 완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준 보유자산은 기존 4조5000억 달러에서 3조7000억 달러 전후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유자산 축소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이 통화완화적으로 돌아섰다는 신호는 올해 초부터 곳곳에서 읽혔다. 그러나 이번 방침은 예상을 넘어서는 비둘기적 입장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맨유라이프자산운용의 척 토머스 부사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분은 예상가능했다면서도, 보유자산 축소 시점 등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빨라지는 등 경기둔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더 많은 전략이 나왔다고 평가했다고 CNBC는 보도했다. 

◆트럼프보다 무서운 시장?··· "美 기업부채 뇌관 될 수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은 긴축 기조에 자신감을 가졌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무역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거듭 비난하기도 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달러화도 강세를 보이며, 달러화로 거래하는 미국 수출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연준이 '독립적인 기구'인 점을 내세워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맞섰다.  

그랬던 파월 의장이 지난 1월 FOMC에서 '인내심'을 갖고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장 반응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지난해 뉴욕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거의 모든 투자자산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양적 긴축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극대화됐다는 것이다. 유동성 축소를 꺼리는 금융시장의 니즈를 반영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도하게 불어난 미국의 기업 부채가 미국 경제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카플란 달라스 연방은행 총재도 "높은 수준의 기업 부채와 정부 부채로 미국 경제가 전례 없이 예민해져 있다"며 금리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미국 기업 부채(비금융 부문)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물론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시대보다 많은 수준이다. BBB급 채권 발행 잔액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은 기업의 채무 위험과 금리 부담을 키워 이들을 빚 돌려막기로 유도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을 단행했던 연준은 2015년 말부터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했다. 당초 기준금리를 3.5%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2.25~2.50%에서 멈추게 됐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아예 제로금리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BOJ) 등 다른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고민거리를 던져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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