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균, 대사증후군 위험까지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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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03-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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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질환 유발 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대사증후군 위험 1.2배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왼쪽)와 임선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위장 점막에 사는 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대사증후군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김나영 소화기내과 교수와 임선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사증후군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한 연구를 20일 발표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HDL 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공복혈당장애 총 5가지 요소 중 3가지 이상을 지닌 상태를 말한다. 국내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19.6~24.9% 정도였지만, 2013년 조사에서는 28.9~30.5%로 급격히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대사증후군은 심혈관질환‧당뇨병 위험을 높이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평소 예방‧관리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위에서 서식하고 있지만 위 이외의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이 대사증후군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전국 10개 대학병원‧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16세 이상 2만1106명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균 감염‧대사증후군 유병률을 확인한 결과, 제균 치료 경험이 없는 1만5195명 중 43.2%(6,569명)가 헬리코박터균 항체 양성 소견, 즉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1만5195명 중 23.7%(3,598)가 대사증후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그룹에서 대사증후군 소견이 나타난 경우는 27.2%로 감염되지 않은 그룹의 21.0%보다 유의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성별‧연령‧체질량지수‧거주지‧가계소득‧교육정도 등 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65세 미만에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1.2배 높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같은 만성적인 감염 상태에서는 해당 균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염증성 물질)의 생산과 분비를 촉진해 결국 지질대사에 영향을 미치고 대사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세균에 대항하기 위한 염증세포로부터 혈관 작용물질이나 산화질소가 분비돼 혈압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과 인슐린 수용체에 변화를 일으켜 세포들이 혈당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게 돼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65세 미만에서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대사증후군 간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65세 이상 연령에서는 둘 사이에 연관성이 없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 이외의 다른 요소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자체가 대사증후군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선희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균 치료한다면 실제로 대사증후군 위험성이 감소하는지에 대한 연구나 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고지혈증 등 환자군을 대상으로 제균 이후 생존율 증가 경향을 확인해 본다면 헬리코박터균이 대사증후군에 미치는 확실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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