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표준감사시간 갈등에 뒷짐진 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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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3-1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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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를 본보기로 많이 지적한다. 선진국이 한다거나 안 한다라면서, 우리도 그러거나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식이다. 물론 이런 지적이 늘 맞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더 넓게 생각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새 외부감사법이 다른 나라보다 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표준감사시간제가 문제다. 올해부터는 회사 덩치에 따라 감사시간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어야 한다. 감사시간을 늘려 부실감사를 줄이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문제없어 보인다.

실제로는 재계가 많이 뿔났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표준감사시간제를 만들어 회계법인만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회계감사에서도 시간은 돈이다. 감사시간이 늘어나면 감사비용도 많아진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반박하고 있다. 새 법을 적용해도 선진국에 비하면 감사시간이 절반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감사보수가 늘겠지만 비정상을 정상화할 뿐이라고도 얘기한다. 공인회계사회가 주장하기로는 우리 감사보수는 선진국 대비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감사를 받는 기업이나 공인회계사회는 똑같이 이해당사자다. 기업은 돈을 더 내기 싫겠고, 회계사는 더 받고 싶게 마련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정반대로 엇갈리면 해법은 요원하다. 즉, 양쪽에만 맡겨서는 다툼만 커질 뿐이다.

금융위원회가 일찌감치 나섰더라도 이랬을까. 입법에 앞서 갈등을 줄였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외부감사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또다시 갈등을 키웠다. 시행령은 표준감사시간을 공인회계사회에서 정하게 했다. 이해당사자 가운데 한쪽이 법령을 쥐락펴락한다고 다른 쪽에서는 생각할 수 있다.

뒤늦게 금융위가 표준감사시간 상한제를 두기로 했다. 감사시간을 예년보다 50% 이상 못 늘리게 못을 박았다. 금융위는 부당하게 감사보수를 받는 회계사를 신고하라고도 했다. 그래도 재계에 불만이 많다. 상한제를 지키더라도 감사시간이 한꺼번에 50% 늘어나는 것이다.

금융위가 잘못했다. 수많은 지적이 본보기로 삼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이 그렇다. 갑자기 제도를 바꾸더라도 부담을 1년 만에 두 자릿수로 늘리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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