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명훈 한국도시재생학회장 "'관(官)'보다 '민(民)'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만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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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3-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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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한국도시재생학회장[사진 = 윤지은 기자]

"도시재생은 민간이 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재원이 풍족하지 못한 데다 민간기업에 비해 사업성을 재단하는 시각이 부족합니다."

1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만난 이명훈 한국도시재생학회장(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도시재생사업에 있어 민간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민간기업은 풍부한 자금조달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철저히 수익성을 따져 움직이는 만큼 관(官)보다 사업 실패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선 정부나 학회가 나서 민간기업에 도시재생의 개념과 필요성, 민간기업의 역할 등을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이 말하는 도시재생은 민간이 참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뿐 아니라, 주민 주도의 주거환경관리사업, 커뮤니티 활성화 등을 망라한다. 이에 따라 학회는 민간기업뿐 아니라 주민을 대상으로도 도시재생의 개념, 필요성, 주민의 역할 등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민이 도시재생을 통해 상생하면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사회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 "정부 주도 도시재생 뉴딜사업, 민간기업 참여 제고해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전국의 낙후 지역 500곳에 매년 재정 2조원, 주택도시기금 5조원, 공기업 사업비 3조원 등 5년간(2018~2022년) 총 50조원을 투입한다. 사업 모델은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이 회장은 다섯 가지 유형 가운데 경제기반형의 경우 민간기업 참여가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년간 정부는 국비로 마을을 지원하는 식의 도시재생사업을 펼쳐왔다. 허물어진 담장을 고치고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식의 도시재생이 그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 가져가되 민간기업의 참여를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기반형의 경우 국비로 사업비 충당이 어려워 민간기업 참여가 꼭 필요하다. 민간의 자본력뿐 아니라 창의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제기반형은 역세권, 산업단지, 항만 등 대규모 사업지(50만㎡ 산업 지역)가 대상지다. 이들 사업지에서 복합지식산업센터 건립, 국유지 활용 개발 등이 이뤄진다.

이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민간기업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싶어도 재무구조 등이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민간기업의 체력을 기르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민간기업의 참여가 활성화하면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민간기업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이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달 초 선출된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학회 구성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통상 학회는 연구 활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인원 구성에 있어서도 교수진이 지배적이다. 우리 학회도 이전까진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취임하면서 교수진을 대폭 줄였다. 학회 임원의 3분의 1정도는 건설사, 엔지니어링사, 디벨로퍼, 컨설팅사 등 민간기업 임원들로 채웠다"고 말했다.

향후 이 회장은 새롭게 구성된 임원진과 함께 기존에 추진해오던 세미나를 대폭 늘려 진행할 예정이다. 세미나를 통해 도시재생사업의 개념과 필요성, 민간의 역할 등을 알린다는 취지다. 이 회장은 "ULI코리아와 의기투합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세미나를 열 생각"이라면서 "건설주택포럼과도 공동 세미나를 열기 위해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학회는 이 같은 세미나가 특정 지역에서만 열리는 만큼, 소식지를 만들어 국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소식지에는 세미나 내용과 한국 및 외국 도시재생의 최근 동향 등이 담긴다.

◆ "민간기업 참여 대규모 프로젝트, 일본에게서 배워야"

이 회장은 이 같은 대규모 민간 참여 프로젝트가 적합한 곳으로 서울역과 서계동 일대, 여의도, 용산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지역들은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재정이 탄탄한 데다 개발사업 진행 시 사업성도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이 같은 사업을 한국보다 먼저 추진한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일본도 아직까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일부 성공사례를 통해 한국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이 회장은 "1992년 일본에 버블붕괴가 오면서 대도시에 불량환경, 유휴지 등이 발생했다. 실질 경제성장이 정체됐고, 토지도 불량채권화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불량채권토지를 양질채권으로 바꾸고 이와 동시에 토지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재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당시 일본은 대외적으로도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 회장은 "아시아·오세아니아의 지역통괄거점수를 보면 일본은 전체의 6.8%에 불과하다. 지역통괄거점수는 애플 등 글로벌기업이 해당 지역에 얼마나 많은 헤드쿼터를 두고 있는가를 기준 삼아 산출하는 수치"라면서 "싱가포르·중국·홍콩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은 도시재생특별조치법 등 법률, 수도권 정비법 및 근기권 정비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 등을 만들어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해 글로벌기업을 유치했다. 이밖에도 일본은 지역마다 상태가 다른 만큼 적용해야 할 법률도 다르다고 여겨 도시재생특별조치법, 구조개혁특별구역법, 지역재생법, 중심시가지활성화에관한법률, 종합특별구역법 등 5개법을 제정했다. 아울러 도시재생긴급정비지역, 도시재생특별지구 등을 지정해 용적률을 완화하고, 도로의 변경이나 폐지 없이도 도로 상공에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회장은 한국 정부도 재원이 아니라 이 같은 토지이용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아울러 정부가 글로벌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용적률 할증 외에도 기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가 찾아오려면 근무환경이 좋아야 하지 않겠느냐. 좋은 오피스가 필요하다"면서 "한 발 나아가 헤드쿼터 구성원들이 가족과 함께 와서 살 수 있도록 주거여건, 교육환경 등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소규모 도시재생은 접근법 달라...주민 의식 개선이 관건"

이 회장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은 대도시에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지방중소도시는 그에 적합한 도시재생 방식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일본의 다카마쓰 중앙 상점가(마루가메초)를 벤치마킹 사례로 들었다. 다카마쓰 마루가메초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60년간 토지이용권을 넘긴 파격적 시도로 알려져 있다. 임대인은 토지소유권을 갖고 있지만 임차인을 쫓아낼 권리가 없다. 임차인은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내면 될 뿐이다. 정부는 이들 임차인에게 상환을 조건으로 국비를 지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다카마쓰 마루가메초를 두고 "임대인의 전폭적 양보,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강한 신뢰, 임차인에 대한 정부의 신뢰 등이 만나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면서 "한국 중심시가지형에 적용해볼 만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임대인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는 경우가 한국에는 드물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이 때문에 정부, 그리고 우리 학회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외국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나 하나만의 이익을 좇기보다 상생할 때 더 큰 이익이 돌아온다는 걸 근거를 통해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아직 한국은 도시재생에 있어 유년기에 지나지 않는다"면서도 "암사도시재생센터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아 하면서 느낀 건 주민들의 생각과 수준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유형적으론 잘 보이지 않으나 도시재생의 분명한 성과"라면서 "사람이 사는 곳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몇십 년이고 계속돼야 할 시도"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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