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영업구역 제한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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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3-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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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신협중앙회]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사는 김명우씨(43)는 대출을 받기 위해 집에서 2분 거리에 있는 마포구 신협을 찾았다. 하지만 김씨의 주소가 행정구역상 용산구에 속한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직원은 "법이 그렇게 돼 있다"며 "주소지가 있는 지역의 조합을 이용해달라"고 설명했다.

이는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를 이용할 때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근 지점을 이용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 은행의 경우 어느 지역에 있든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 반해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왜 정해진 지점 한 곳만 이용할 수 있을까.

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협법상 신협은 동일한 시·군·구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렇게 된 것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협중앙회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떠안은 부실 여파로 2007년 정부에서 26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았다. 그 대가로 경영정상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신협은 국가로부터 예산 등에 통제를 받고 있다.

올해 신협중앙회는 금융당국에 영업구역 제한에 대한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당시 발생한 누적결손금을 전액 보전했고, 최근 5년 연속 흑자달성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는 판단에서다. 신협법 개정을 통해 영업구역을 '동일한 시·군·구'에서 '동일한 시·군·구 및 인접한 시·군·구'로 확대해주길 원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도 상황이 비슷하다. 1999년 개정된 금고법은 새마을금고의 업무구역을 시·군·구(자치구를 말함) 단위의 행정구역으로 한정했다. 

현재 전국에 1300개가 넘는 새마을금고가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서민들의 금융권을 보장하기 위해 소도시에도 지점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업무 구역이 협소해 평균 자산이 1000억원도 안 되는 영세금고가 절반 넘게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새마을금고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마을금고의 업무 구역은 시·도 단위의 행정구역을 원칙으로 하되, 생활권 또는 경제권이 동일한 경우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시·도의 시·군·구를 업무구역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축은행도 영업구역이 제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본점 소재지를 중심으로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남·충북 △광주·전남·전북·제주 △대구·경북·강원 △부산·울산·경남 등 6개로 나뉜다. 저축은행 본점이 속한 6개 구역 내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다. 본점이 대전에 있는 저축은행은 대전·충남·충북에만 지점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제한은 1973년 시작됐다. 당시 상호신용금고 설립 취지가 지역 서민중심의 금융기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전국에서 영업이 가능해지면 인구가 많고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영업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영업구역을 분리해뒀다. 

이처럼 2금융권들이 영업구역 제한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금융 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면거래 비중이 확대되며 경쟁이 강화돼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몇 십년 전에 만들어진 법은 2금융권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소비자들의 불편도 초래하고 있다"며 "사실상 민간에서 서민금융 역할을 하고 금융사들의 업력 강화를 위해 바뀐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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