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단, ‘정악, 깊이 듣기’...이영 예술감독 첫 기획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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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2-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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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국악원 제공]

궁중과 선비음악의 전통을 오롯이 잇고 있는 국립국악원(원장 임재원) 정악단(예술감독 이영)이 새로운 무대 구성과 연주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3월15일 오후 8시와 16일 오후 3시에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기획공연 ‘정악, 깊이 듣기-새로움, 봄을 맞이하다’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서는 공연의 제목 그대로 정악을 있는 그대로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무대구성을 변화시킨 부분이 주목된다. 음향적으로는 객석과 가장 가까운 무대의 오케스트라 피트를 연주 공간으로 활용해 국악기의 울림을 최적의 거리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모든 악기에 마이크를 설치해 확성했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최소한의 음향기기를 사용해 자연음향에 가장 가까운 음향 설계로 객석에 정악 특유의 깊이 있는 음색을 전할 예정이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정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개별 연주자의 모습을 실황 촬영해 연주 무대 뒤 설치한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현악기 연주자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농현(弄絃, 현악기 연주 시, 왼손으로 줄을 짚고 흔들어 다양한 장식음을 연주하는 방법)이나 관악기 연주자의 작은 숨결까지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어 정악의 깊이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선보이는 정악 작품은 총 6곡으로 세종대왕이 백성과 함께 즐기고자 만든 여민락(與民樂)에서 파생한 ‘본령(태평춘지곡)’, 고려의 송악을 대표하는 ‘보허자(장춘불로지곡)’, 백제의 노래였던 ‘수제천(정읍)’, 불교과 유교의 철학이 담겨있는 ‘영산회상’, 선비의 정신을 담은 가곡 선율인 ‘자진한잎’과 ‘수룡음’의 궁중과 선비 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여섯 작품의 깊이 있는 전달을 위해 음향과 영상의 변화를 담은 무대 구성 외 음악적인 구성 변화도 돋보인다.

‘본령’과 ‘수제천’에서는 곡의 정서를 전할 수 있는 최적의 음향 설계를 위해 악기별 위치를 조정해 안정적인 음색을 전하고자 하였고, ‘보허자’는 남창을 중심으로 해금과 아쟁으로만 구성해 특유의 여유로운 느낌을 더욱 살렸다. ‘자진한잎’은 관·현의 대비와 조화를 표현하고자 대금과 거문고의 2중주로, ‘수룡음’은 단소와 생황의 기본 편성에 아쟁을 추가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자 했다. 세악(細樂, 악기별로 한 명씩 연주하는 형태)편성의 ‘영산회상’은 합악(合樂, 악기별로 여러 명이 연주하는 형태) 형태로 변경하여 새로운 음향의 어울림을 추구했다.

또한 이번 공연의 정악 구성은 자연에서 배운 ‘물의 미학’을 담았다. 대숲의 봄비 같은 청아한 편안함은 ‘자진한잎’에, 물의 근원인 옹달샘의 조용한 깊이는 ‘수룡음’에 담아냈다. 맑게 흐르는 시냇물의 생명력은 ‘영산회상’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폭포의 우렁찬 굳건함은 ‘본령’을 통해 물결친다. 노을 지는 강물의 여유와 추억은 ‘보허자’에서, 바람타고 몰아치는 파도의 잔잔한 끝없음은 ‘수제천’을 통해 넘실댄다. 오랜 시간 동안 유유히 흘러온 총 6작품의 정악 선율을 통해 이 시대 관객들의 마음을 한층 적실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1987년 평단원으로 시작해 30여 년간 국립국악원 정악단을 지켜오다 지난 1월 새로 부임한 이영 예술감독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첫 기획공연이다. 정악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단원들의 열정적인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만들어내는 무대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또한 악기의 음역과 특성을 반영한 음악 구성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관람객에게 정악의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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