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중국제조 2025' 미중 무역전쟁 지속의 불가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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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교수
입력 2019-02-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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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협상 모종합의로 급한불 끄겠지만 갈등은 이제 시작

 

[주재우 교수 ]



미국과 중국의 첫 공식 교역이 이뤄진 1972년 이래 오늘날과 같은 무역 갈등은 없었다. 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된 후 양국의 무역 갈등이 격렬하게 치달았을까. 심증적으로나 정황적으로 그가 대선 유세 때부터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신념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럼 그의 ‘미국 우선주의’는 어디에 근간한 것인가. 대선 때마다 미국 대통령후보가 표 몰이용으로 민족주의의 자극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 ‘중국 때리기’의 필연적인 결과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치밀한 대응책의 결과였다. 미국의 대선 토론에서 중국과의 만성적자 문제는 매번 출현하는 단골메뉴다. 대선후보들은 이의 주요 단골 원인으로 중국의 불공정무역제도 및 관습, 불완전한 시장경제체제, 미비한 상호주의 상거래 전통, 부족한 시장개방 의지와 미국 기업의 권익과 권리 보장 노력 등을 꼽는다. 그럼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항상 묘수를 제시하지 못했다. 중국경제와 상호의존이 심화된 상황에서 미국경제에 대한 역풍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는 그러나 유독 달랐다. 그는 미국의 만성적자가 우선 상호주의 부존에서 비롯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부당하게 활용하면서 저렴한 임금으로 제품을 싸게 만드는 구조에 있다고 확신했다. 이런 구조와 관행의 개선 의무가 미국에 있음을 확신한 그는 ‘미국 우선주의’사상에도 이를 반영했다. 사상은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두 개가 중국과 유관하다. 첫째, 불균형한 미국의 대외무역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둘째, 과거 행정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셋째, 국제문제에서의 영도력, 즉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다.

이런 신념과 사상을 가진 트럼프 행정부에게 중국 국무원이 지난 2015년 5월에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새로운 도전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앞으로 약 30년 동안 세 단계를 거쳐 자주적인 제조 강국으로 거듭난다는 결의를 밝혔다. 2025년까지 세계제조강국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 첫 단계의 목표다. 두 번째는 2035년까지 이 반열에서 중견국의 위치로 부상하는 것이다. 2049년까지의 세 번째 단계에서 세계제조강국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이런 야망이 시대적 조류와 산업혁신의 기류를 위배하지 않는다. 산업의 전산화, 디지털화와 인공지능화 등이 대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기술패권 자리에 대한 중국 위협 외에도 또 있다. 중국이 첨단선진기술 중심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 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해 우선적인 산업 분야의 자체 기술 보급률 향상을 위해 새로이 채택한 법적, 제도적 조치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제조강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자체 기술 보급률을 2020년의 40%에서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목표치는 중국의 산업기반이나 인력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 이룩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치다. 그래서 미국의 눈에는 중국이 편법을 쓸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제조 2025> 발표 한 달 전 4월에 중국 국가 산업 및 상업 조정기관(SAIC)과 국가 개발 및 개혁위원회(NDRC)가 지적재산의 독점을 금지하는 일명 ‘반트러스트법(antitrust law, 독점 반대법)’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외국의 첨단선진과학기술 산업과 기업에 대해 중국에서의 생산과 판매를 위한 기술 이전과 라이선싱을 강요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이런 조치에 미국이 뿔나는 것은 자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중국 지적재산권의 부당한 보호조치와 거래로 일어나는 손실액을 발표한다. 2019년 미국 지적재산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지적재산규모가 5조 달러인데 이 중 6%인 3000억 달러를 절도 맞으며 3200억 달러를 아시아에 수출했다. 중국이 미국의 지적재산 제품과 기술을 정당하게 구매하면 2011년 기준 미국은 약 1070억 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2009년 파악된 미국의 손실금액만 482억 달러였다. 미파악 분까지 포함하면 최대 9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예상했다. 단순한 논리지만 이는 2017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3752억 달러)의 25~3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칼을 빼든 것이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의 맥락에서 보면 그의 정부의 무역정책은 과거 행정부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자유무역’보다는 ‘공정무역’이 핵심적이고 관건적인 가치로 강조된다. 그리고 기존 WTO의 분쟁조정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비판적 인식 때문에 미국의 법에 의거한 조치를 선호한다. 이를 근거로 트럼프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중국을 아직까지 ‘비시장국가(non-market economy)’로 규정하고 국가안보이익의 측면을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한 특별한 조치들을 국내법에 근거하여 행동을 취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작금의 화웨이와 중싱(中興)통신 사태에서 입증되고 있다.

<중국제조 2025>에서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게 기술패권을 내어주는 게 아니다. 더욱이 현재 진행되는 미·중 무역협상이 곧 일단락지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모종의 합의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미·중 경제통상영역에서의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또 다른 전쟁이 예견되고 있다. 그 전쟁의 속개 여부는 합의된 후속조치 이행 문제를 두고 중국의 성의 있는 자세, 투명한 운영체계와 가시적인 결과 등으로 결정될 것이다.

중국은 WTO 가입 시 합의한 의무이행사항이 다 완료됐다고 2011년 12월에 <중국 대외무역> 백서를 통해 밝혔다. 이는 그러나 대부분 관세영역에서의 사항들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시장개방과 지적재산권 보호 등의 영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 즉, 중국 시장 진입 장벽 완화 등 WTO의 핵심적인 자유시장 원칙들이 아직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한 중국의 ‘반트러스트 법’ 등과 같은 조치의 채택이 이의 방증이다. 미·중 양국은 앞으로 무역전쟁의 2라운드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무역전쟁' 타결을 위해 백악관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 (워싱턴 AP=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와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를 각각 대표로 하는 미중 고위급 협상단이 1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양국간 무역전쟁 타결을 위한 담판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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