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한 질책 후 쓰러져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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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9-02-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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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책-사고 사이 간격 짧아 인과관계 인정돼…근로복지공단·1심 판단 뒤집혀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업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은 직후 일을 하다가 쓰러져 사망한 공사현장 작업반장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5부(배광국 부장판사)는 사망한 작업반장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1월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천공 작업을 하던 중 실신했다.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뇌출혈 등으로 이틀 만에 사망했다.

현장 작업반장이던 그는 쓰러지기 10분 전 공사 사업주 B씨로부터 작업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반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작업을 이따위로 하느냐”는 등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망한 것이 지병인 뇌동맥류 때문이고, 만성 과로나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 등이 없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유족이 낸 소송에서도 1심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같은 판단을 했다.

1심 법원은 “평소보다 심한 질책을 당하긴 했으나 인격적 모욕에까지 이르지 않았고, 질책 직후 바로 작업에 착수한 점을 보면 평정심을 잃고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정도로 돌발적인 흥분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기존의 뇌동맥류가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해 파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질책을 받은 지 불과 10분 후 쪼그려 앉아 천공작업을 하다가 실신해 질책과 사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는 오랜 경력을 가진 숙련공으로 공사현장에서 작업 진행과 관련한 사업주의 독려와 질책에 익숙했을 것”이라며 “B씨도 평소보다 심하게 꾸중했다고 인정하는 등 일반적 경우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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