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싱가포르 재방송'은 트럼프ㆍ文정부에 모두 위험

윤은숙 기자입력 : 2019-02-10 16:37
"구체적 성과 없으면 외교적 비핵화 위기 맞을 것" 트럼프 2020년 재선을 위해서도 하노이 담판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2차 북·미정상회담의 공식일정이 발표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8개월 만에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2주 남짓 남은 회담을 두고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과 미국 양측이 비핵화를 놓고 어디까지 양보할 것이냐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성공은 '디테일'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싱가포르 합의에서 이미 비핵화의 전반적 틀은 제시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방식과 시일 등 구체적 실행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재방송은 위험하다"

싱가포르 회담은 '세기의 회담'으로 불렸다. 사상 최초로 북한과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전세계 언론은 두 정상의 만남에 주목했으며, 둘의 악수는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러나 화제성에 비해 결과는 초라했다. 양국은 '완전한 비핵화'에는 합의했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항목이 선언문에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 비핵화 합의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상회담 이후 양국의 비핵화 협상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수개월 간의 교착상태가 이어졌다. 결국 올해 들어 2차정상회담 논의가 본격화된 뒤에야 비핵화 대화도 다시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주 평양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과 일부 어려운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퓨크스 전 국무부 동아시아담당관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주목을 받으며 전세계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검증가능한 진전이 없는 이상 트럼프식 외교적 해결 방식에 대한 지지는 줄어들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아무런 성과없이 북·미대화를 끌고갈 경우 미국에서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질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진영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퓨크스 전 담당관은 지적했다. 

하노이에서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양국이 두루뭉술한 선언을 내놓는 데 그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최고의 업적으로 꼽는 북한 비핵화 외교 역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 완화보다는 체제 보장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비롯해 풍계리 핵실험장,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장인 동창리 미사일실험장 등의 폐기 및 사찰·검증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체제안전 보장과 인도적 지원이라는 보상을 내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문은 "북한이 (미국이 내미는) 대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2차 회담의 성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



◆"트럼프의 초점은 2020년 재선"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북한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며, 미국과 북한은 평화의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낙관은 미국에서 이미 시작된 2020년 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밝은 미래를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하에 위대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이 될 것이다. 그건 바로 경제적 로켓"이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회담을 다시 시작하는 등 재임 기간의 성공 업적들을 재부각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대선 공약을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동시에 2020년 재선을 위해 지지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타미 오버비(Tami Overby)와 로잘린드 라이셔(Rosalind Reischer) 맥라티 어소시에이츠 자문 역시 8일 채널아시아 기고문을 통해 "미국은 지금 2020년 대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에시마 가즈히로(前嶋和弘) 일본 조치대 종합글로벌학부 교수 역시 지난 8일 일본 BS TV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것은 내년의 대통령 선거다"라면서 "뛰어난 대통령으로 평가받기 위해 성과를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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