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맏이' 이인희, 형제간 상속분쟁 멈춘 중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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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9-0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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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2월 5일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립자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19.1.30 [연합뉴스] 



삼성일가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향년 90세로 30일 타계하면서, 그동안 그가 집안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삼성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이목이 쏠린다. 

◆'큰누나' 이인희, "집안 화목하길"…형제간 '법정 다툼' 확산 막아내

이인희 고문은 1929년 경상남도 의령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4남 6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그는 집안의 장녀답게 평소 삼성가의 화합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안일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가족 간 법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화해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2년께 삼성가의 장남인 이맹희 CJ 명예회장과 차녀인 이숙희 씨가 막내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상속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건희 회장이 단독으로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이명희 신세계 회장 역시 같은 사유로 소송을 준비했으나, 이인희 고문만이 소송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며 눈길을 끌었다. 

실제 1심 재판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회장은 서로를 헐뜯으며 삼성가 '형제의 난'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소송이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건희 회장은 "고소한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내가 섭섭하다느니 할 만한 그런 상대가 안 된다"고 이맹희 전 회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이맹희 전 회장도 지지 않고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몹시 당황했다. 한 푼도 안 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고 되받았다. 

공방 끝에 소송은 이맹희 회장과 이숙희 씨의 1·2심 패배로 결론이 났다. 이후 이인희 고문은 분쟁 장기화를 막기 위해 “이번 판결로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형제간의 화해를 공식적으로 권유하며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삼성일가 남매들은 끝내 화해까지 이르지는 못했으나, 그나마 이인희 고문의 이런 발언으로 인해 이맹희 측이 항소를 포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희 회장의 소송을 막은 것도 이인희 고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인희는 누구?…'삼성'서 독립해 '한솔' 일군 대표 女경영인

이 고문은 삼성에서 독립해 한솔그룹을 일군 국내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이다.

1979년 호텔신라 상임이사로 취임해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고, 1983년 한솔제지의 전신인 전주제지의 고문을 맡았다.

이후에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해 기존 전주제지였던 사명을 한솔제지로 바꾸고 본격적인 독자경영에 나섰다. 1992년에는 사명을 순우리말인 지금의 '한솔'로 바꾸며 한솔그룹 시대를 열었다.

그는 국내 대기업 집단 중 최초로 순우리말을 사용해서 사명을 지을 정도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고문은 회사 안팎에서 여성 경영인으로서 섬세한 면모를 갖추었으면서도, 경영활동에서는 누구보다 담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경영 측면에서는 인쇄용지·산업용지·특수지 등에 투자해 종합제지기업의 기틀을 다졌고, 한솔홈데코·한솔로지스틱스·한솔테크닉스·한솔EME 등 다수의 계열회사를 설립하며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현재는 삼남인 조동길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넘긴 상태다

이 고문은 1948년 이화여대 가정학과에 재학 중 조운해 전 강북삼성병원 이사장과 혼인해 3남 2녀의 자녀를 뒀다. 자녀로는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조동만 전(前) 한솔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옥형 씨, 조자형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내달 1일 오전 7시 30분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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