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보험해약·약관대출 사상최대·보험사기도 흉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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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1-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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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생명보험협회]


경기 불황의 그늘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일까. 보험을 해약하는 가계가 급증하고 있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보험을 해약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민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험 약관 대출도 늘어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나마 돈 빌릴 곳을 찾다보니 보험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흉악한 보험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다보니 한탕을 노리는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생명보험업계 해지환급금은 19조1019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4분기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역대 최고치인 지난 2017년 22조1086억원을 단숨에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해지환급금은 고객이 보험을 해지한 후 돌려 받는 돈이다. 해지환급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17조7886억원)을 제외하면 해마다 12~15조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8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지환급금이 늘어나는 이유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은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중도해지할 경우 고객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것은 경기 악화로 인해 당장 목돈을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보험약관대출 규모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46조29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의 해지환급금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기존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도 해지환급금의 50~95%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9.13 주택시장 안정종합 대책' 발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연달아 도입,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단기간에 보험약관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보험약관대출은 DSR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금융권에서 대출이 거절 당한 한계 차주 등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약관대출 증가 역시 경기 악화와 연관이 깊다.

보험사기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7년 7302억원으로 2007년 2045억원 대비 3.57배에 달했다. 10년 동안 연평균 13.6% 늘어난 셈이다.

흉악한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전에는 사고나 질병 이후에도 장기간 병상을 차지하는 일명 '나이롱 환자' 같이 비교적 단순한 보험사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의 단순범행이 아니라 일가족, 마을 전체, 전문브로커 등에 의한 조직적 범행 형태를 띄고 있다. 친족간 살해나 장애인 살해 등 죄질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가계 살림이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보험을 깨는 경우가 많아 보험해약은 경기 진단의 주요 지표로 꼽힌다"며 "최근 몇 년 동안 보험 해약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불황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유주선 경남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경기가 침체되면 사회 전반으로 보험사기가 급속하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며 "보험사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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